존중과 배려

2025-06-22

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사람과 서로 관계를 맺게 된다. 가장 가까운 혈연으로 이어지는 가족부터 친족, 친구, 이웃, 동창, 동료와 함께 온정을 나누며 여러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 모든 만남 속에서 관계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존중과 배려’다. 말은 쉬우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존중과 상황에 맞는 배려를 실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 둘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다.

김수환 추기경(1922년 출생)과 법정 스님(1932년 출생)은 10살 차이지만 종교·사상·나이를 초월해 서로 존중하는 벗으로 교유(交遊)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스님을 만나면 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고, 법정 스님은 “그분이 계신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했다. 종교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성장 배경도 다른 두 위인이 친구처럼 교류했으니 얼마나 큰 우주를 형성했을까.

존중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생각이 다르다고 폄훼하지 않고, 나보다 약하다고 무시하지 않으며, 가령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하더라도 그 선택의 무게를 인정해주는 자세다. 존중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는 깊은 인생관에서 출발한다. 배려는 존중의 실천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마음에서 나온다. 작은 말 한마디에 따뜻함을 담아내고, 상대가 말하지 않아도 필요를 헤아릴 수 있는 섬세함에 있다. 그 배려는 말 없이도 감동을 주며, 마음과 마음을 잇는 징검다리가 된다.

살면서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별것 아닌 소소한 행동인데 그 안에 담긴 배려심에 감동한다. 흔히 문을 열고 들어갈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는 것, 버스에서 사람들이 먼저 내린 뒤에 타는 것, 식당에서 다른 사람 물컵이 비어 있으면 따라주는 것은 배려심 있는 행동이다.

배려는 말보다 앞서, 마음을 여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먼저 마음을 내어주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처음 다가가는 한 걸음이, 상대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배려는 계산하지 않는 진심에서 우러나온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읽으려는 모습, 그것이 배려의 시작이다. 진실한 배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돌아올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결국 배려는 나와 상대방 모두를 위한 아름다운 순환이다.

우리는 종종 자기주장에 몰두하다 상대를 놓치고, 경쟁에 집중하다 인간을 잊는다. 그럴수록 존중과 배려는 더욱 절실하다. 더구나 다름이 부딪히는 이 시대에, 존중은 갈등을 피하지 못하지만, 갈등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게 해준다. 배려는 상처를 낫게 하진 못해도, 상처 위에 손을 얹어주는 힘이 숨어 있다. 사소한 순간에도 타인을 향한 내 마음의 선택이 적절한지 생각해본다. 존중과 배려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수록 나 또한 존중과 배려받는 관계가 이뤄진다. 그것이 진정한 신뢰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밑거름이다. 서로가 상대의 거울이 되어, 존중과 배려는 문화가 되고 일상이 될 때, 우리는 보다 따뜻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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