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허리 숙이고 대구탕 오찬···이재명 대통령 '추경 의지'

2025-06-26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06.25. [email protected] /사진=

취임 22일 만에 국회를 다시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을 통해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방향성과 추경의 필요성, 예산 사용 목적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야당을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야당을 향해 깊게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에 나선 것은 헌정사상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 단 2명 뿐이다. 시정연설은 통상 정부의 예산안을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할 때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 때 처음 시작돼 대통령이 연설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국무총리 대독도 없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18분 간의 연설 대부분을 '민생 경제 회복'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추경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이어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시정 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와 가진 환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국민의 저력을 모아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함께 우뚝 서길 바란다"며 "이제 제가 을(乙)이기 때문에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한껏 몸을 낮췄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앉은 본회의장 야당석을 향해 90도 가까이 깊게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나갈 때 국민의힘 의원석을 향해 걸어가며 야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도 포착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더300(the300)과 만나 "오늘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에서 보여주신 태도는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국회를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겠다는 것"이라며 "여대야소 국면이라지만 같은 일을 좀 더 잘, 빠르게,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추진하려면 야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협치로 문제를 푸는 게 더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06.25. [email protected] /사진=

또 이 대통령이 이처럼 야당을 중시하는 태도는 취임 초 약속한 타협의 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공존과 통합의 가치 위에 소통과 대화를 복원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정치를 되살리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경안 시정연설이 끝난 후 용산 대통령실 앞 골목상권을 찾아서도 "골목상권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민생이 산다"며 "국회로 넘어간 추경안이 통과해 시민들이 느끼는 삶의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과의 통화에서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 부진은 이미 전 정권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경제 회복이 빨리 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그 책임을 새 정부에 묻게 될 것"이라며 "새 정부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7월 4일까지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전까지 추경안에 대한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마쳐야 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추경안의 본회의 통과는 어렵지 않겠지만 여야 합의가 난항을 겪는다면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주축이 된 소비쿠폰 지급 시기를 논의하는 범정부 TF(태스크포스)는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빠른 시간 내 국민들이 쿠폰을 지급받을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서울=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의 골목 상권인 대구탕집을 찾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5.06.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고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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