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고 공양하며 내면에 집중…근심을 씻어내다 [K선명상 체험기]

2024-10-07

“무상하다는 것은 덧없다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오대천처럼 멈춰있지 않고 계속 흐른다는 겁니다. 모든 것이 매순간 흐르고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해 근심을 안게 됩니다.” (선경 스님)

개천절을 맞은 지난 3일 서울을 떠나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국립공원에 있는 월정사로 가는 길은 유독 멀었다. 서울을 벗어나 광주원주고속도로를 타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고 다섯 시간이 지난 후 월정사에 도착했다. 속세를 벗어나는 일 만큼 쉽지 않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월정사로 향하는 첫 관문인 금강교를 건너자 다리 아래를 흐르는 오대천의 물소리와 빗소리가 섞여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이들의 곳곳에 묻어 있는 속세의 흔적들을 씻어줬다.

20여 명의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중에는 가족 참가자들이 많았다. 한 참가자는 “어릴 적 가족들과 여행으로 찾았을 때 좋았던 기억이 남아 있어 가정을 꾸리고 가족과 함께 다시 이곳을 찾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많은 참가자들이 특별한 점으로 꼽는 점은 왕복 1.9km에 달하는 전나무 숲길이다.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숲,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소사의 전나무숲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전나무숲으로 꼽히는 길을 맨발로 걸으며 명상하는 코스가 익히 알려져 있다.

짐을 풀고 별도의 가이드 없이 산책 명상을 시작했다. 침묵 속에 오로지 발걸음에 집중을 한다는 마음이었다. 군데군데 나무에 새겨진 문패의 메시지는 걷기 명상의 지침이 되어줬다. ‘걷기 명상은 지금 내가 걷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된다’ ‘나의 발이 걸음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이미 깨달은 것입니다’ 등의 문구가 마음 가짐을 한결 가볍게 했다.

‘휴식은 불교 명상의 중심이다’라는 말 또한 무언가를 하고 얻어 가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저녁 공양 중에도 먹는다는 행위에 집중했다. 자연스레 스마트폰에 손이 가려 했지만 이를 과감히 멈추고 저작운동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스님들이 예불을 드리고 난 뒤 저녁 8시에는 요가와 명상 시간이 이어졌다. 스무명 가량의 참가자들이 월정사 대법륜전에 모였다. 명상을 주관한 선경 스님은 “하루에 단 몇 초, 몇 분이라도 내가 살아있고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며 “ 그 사실에 나를 툭 던져 놓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알아차림’의 시작”이라고 강독했다. 30분 간 호흡에만 집중하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잡념이 고구마줄기처럼 이어졌다. 그때마다 선경 스님이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것처럼 종을 쳐 경각심을 줬다. 밖으로 향하는 생각을 거둬들이고 다시 ‘나를 향하라’는 신호다.

다음 날 새벽 다섯시에 진행되는 아침 명상. 대법륜전에 들어서자 절반이 안 되는 8명이 부은 얼굴을 한 채 앉아 있었다. 힘들게 깨어났지만 1박2일의 과정 중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새벽 다섯시에 이렇게 수 많은 별이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고 평범한지 동시에 소중한지 느꼈다. 무언가를 얻어가려는 대신 마음 속에 오대천을 들여온 것. 이번 선명상 체험의 큰 수확이다.

11~13일 오대산국립공원에서는 ‘2024 오대산문화축전’이 ‘연결된 온 세상을 위한 기원’이라는 주제로 열려 월정사를 찾는 이들에게 풍성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막 공연에는 서도밴드와 가수 이은미가 특별한 무대를 선사하며 이어지는 행사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이운식’, ‘기원의 탑돌이’, ‘오대산 승시’, ‘오대산 전국학생 백일장 및 사생대회’ 등 전통 불교의식이 함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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