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란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핵 시설 타격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놓았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제5차 중동전쟁 확산 불안감이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11일(현지 시간) AFP통신과 이스라엘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카츠 신임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등 군 지휘부와의 첫 만남에서 “이란의 핵 시설이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무력화하고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10월 26일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방공망 등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미국 등 서방국들의 반발에 부딪혀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대이란 강경 노선을 걸어온 트럼프의 복귀로 이스라엘의 대응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스라엘이 미국을 등에 업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온건파로 분류되는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강경파인 카츠 장관을 후임자로 지명하면서 이러한 관측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친이란 세력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등에서는 10일부터 지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37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북부 도시 야쿠브에서는 무장 정파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재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란의 공격 시점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이전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수석부통령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연맹(AL)·이슬람협력기구(OIC) 공동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를 향해 “미 행정부는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대한 주요한 지원자”라며 전쟁 종식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