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수비수' 김수범(35)이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김수범은 28일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13년간의 축구 선수 생활을 접고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전남 드래곤즈에서 뛴 그는 지난해까진 새로운 소속팀을 찾기 위해 개인 훈련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244경기 4골 14도움에서 멈췄다. K리그 외에도 퍼스 글로리(호주)에서도 한 시즌(2019~20시즌) 뛰었다. 김수범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는 "더 많은 경기 뛰고, 전성기 때 더 좋은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측면 수비수 김수범은 수 차례 부상을 이겨냈다. 2011년 프로 첫 팀인 광주FC 입단 직전 심장 부정맥 시술을 받은 그는 2013년 같은 시술을 연달아 두 차례 더 받았다. 2016년과 18년엔 허리 디스크로 1년 6개월, 2015년과 17년엔 발목 부상으로 또다시 1년 가까이 쉬었다. 하지만 매번 그는 지루하고 힘든 재활과 치료 기간을 이겨내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김수범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축구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버텼다. 덕분에 좋은 선후배들과 마지막까지 즐거운 축구를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1년 광주에서 데뷔전을 치르던 순간이다. 그는 "주 포지션이 수비수였는데, 당시엔 미드필더로 투입됐다. 학창 시절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던 내가 K리그 경기에 처음 나서던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상지대 시절이던 2010년 축구를 포기하려던 자신에게 용기를 준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수범은 "특별한 선수가 아니었던 나에게 '가능성 충분하니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보라'라고 조언해준 신태용 감독님 덕분에 다시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 감독님은 당시 성남 감독이었는데, 대학생이던 나를 초대해 프로 선수들 훈련을 경험하게 해주셨다"고 했다. 김수범은 '공부하는 지도자'를 꿈꾼다. 은퇴 후 그는 인하대 대학원에 등록했다. 스포츠교육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는 "뒤늦게 학업에 몰두하려니 힘든 부분도 있지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다"고 말했다.
몸 상태가 현역에 가까운 만큼 축구 예능 프로 출연도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다. 그의 아내 봉우리 씨는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이다. 남편이 방송 활동을 하는 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줄 예정이다. 김수범은 "그동안 응원해주신 팬과 가족에게 감사하다.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 이젠 내가 보답할 차례"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