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법안’, 시한 정해 숙의해야

2025-06-22

공영방송사 이사회 구성 등에 관한 방송 관련 3개 법 개정안 처리에 정부·여당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 같다. 일부에선 집권 초가 아니면 정권이 못(안) 할 것이라며 반발한다. 그러나 그간 “알려졌다” 식의 보도로만 개정 내용이 흘러나올 뿐 공론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민주당이 법안을 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법제사법위, 본회의 순으로 공개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수 여당 안은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재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도 요구했다는 “전문가 의견 수렴과 숙의”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유능한 리더십 제고에 도움 될 길을 다질 필요가 있다.

우선, 정당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은 재고해야 한다. 정당 추천은 정치적 후견주의를 없애겠다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국회보다 국민을 더 대표하는 게 있냐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로 치자면 공영방송 등 모든 공공 서비스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먼저다. 다만, 방송 내용에 대한 권력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 모두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알려진 바’로 정부는 아예 배제하고 여야 정당이 이사회의 절반가량을 나눈다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영방송 감독기구에 “국가 또는 국가에 가까운 대리인” 비중을 3분의 1로 제한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정당 추천 인사들도 포함된다.

역할과 지위가 다른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같은 방식을 적용하려는 것 또한 재고해야 한다. KBS 이사회는 이 방송사의 최고의결기관이며 사장, 보도본부장, 경영본부장 등은 이사가 아닌 집행기관이다. 이와 달리 MBC 사장, 보도본부장 등은 자사 이사들로서 많은 주요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대주주 자격으로 MBC를 관리·감독하는 공공기관 방문진의 이사들이다. 경영하는 KBS 이사회에는 전문성이, 감독하는 방문진에는 사회 대표성이 더 요구된다. 이런 구분 없이 정당이나 시청자위원회, 법조·학술단체, 내부 임직원 등에게 추천권을 일률적으로 배분하려는 것은 편의적 접근이다. 어떤 미디어 사업체라도 대표성만을 기준으로 이사회를 구성한다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뒤처져 뛰어가고 있는 셈이 될 것이다. 개정안에서 EBS의 경우만 사장 선임 등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부의 관여를 유지한다는 것도 의아하다.

이번 개정안의 모델이라고 하는 독일의 경우, 공영방송 감독기관으로 사회적 다원성과 대표성을 강조하는 방송평의회와 경영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영평의회를 따로 둔다. 편성을 감독하는 방송평의회는 정당, 시민단체 등 추천을 통해 많게는 60명으로 구성한다. 방송평의회가 경영·재정·인사를 담당하는 10명 내외 경영평의회 위원 대부분을 선발한다. 한국에서도 별도 공영방송 이사 선발위원회를 두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적 대표성으로 구성한 선발위원회가 경영, 편성, 기술, 법률 등 분야별 전문성을 고려해 공영방송 이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영국 BBC도 이사회 구성에 선발위원회를 가동한다. KBS의 경우 BBC처럼 사장, 편성본부장 등도 이사회 구성원이 돼 함께 논의하는 구조도 고려해보자. 필요하다면 이렇게 선발된 이사들이 (BBC 사례처럼) 자발적으로 주요 정당과 소통을 위한 이사들을 추가로 뽑을 수도 있다.

예측 가능성 없이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하지 말고, 정부·여당이 명확한 시한을 제시한 뒤 공론과 숙의를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검토하자. 혹시나 시급성의 이유가 정권교체 후에도 문제적 인물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 자체가 이번 개정 취지와 정반대인 공영방송의 권력 종속성을 뜻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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