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가격 하락이요? 저희는 끄떡없어요.”
경북 영천농협(조합장 성영근)이 포도 수출 판로 확대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에는 처음으로 ‘샤인머스캣’ 포도의 미국 수출에도 성공했다. 2024년초부터 미국 수출을 위해 수출단지 내 13농가, 10만㎡(3만250평)에 대해 재배지 신청과 검역 검사를 한 결과다. 초도 물량은 5.3t(5만4000달러어치)으로 까다로운 검역 조건과 절차로 유명한 미국으로까지 판로를 확대함으로써 영천농협 샤인머스캣의 품질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천농협은 이전에도 태국과 대만·베트남·홍콩·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 샤인머스캣을 수출해왔다. 2012년부터 포도 공동선별출하회를 조직, 운영하며 국내 유통뿐 아니라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수출 실적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2024년 11월말 기준 140여t, 금액으로 환산하면 20억원 규모다. 5년 전엔 1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셈이다. 전년 실적(87t·97만7000달러)과 견줘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수출 비중도 전체 취급 물량의 30%에 달한다.
이같은 빠른 성장의 배경으로 수출 대상국 다양화와 품질 제고를 위한 농협의 노력이 지목된다. 특히 재배 과정부터 출하까지 농가가 대상국에 따른 ‘맞춤 관리’를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지도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산 샤인머스캣의 가장 큰 해외시장인 대만이 수출 포도에 대해 ‘사전등록제’를 시행하며 이력 추적과 관리를 강화하는 등 수출을 위해서는 재배단계의 안전성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영천농협은 사전등록제 시행을 앞두고 대만 수출 농가들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준엽 영천농협 본부장은 “수출 이력이 있는 농가나 출하품 품위가 좋은 농가에는 수출 대상국에 따른 별도 지도를 시행하고, 8∼9월쯤 농협에서 자체적으로 잔류농약 검사도 한다”며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실제 수출단계에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잔류농약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고, ‘영천농협 포도는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이 확대되면서 최근 내수시장 포도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에도 농가소득이 지지되는 효과를 거뒀다. 수출 포도는 내수시장보다 2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성영근 조합장은 “국내 샤인머스캣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최근 몇년 새 시세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해외시장에서 사랑받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힘쓴 결과”라며 “조합원들이 경쟁력 있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전념해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도록 농협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천=김다정 기자 kimdj@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