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같은 기업, 중국엔 4000개 있다…충격의 中 AI 실력 [팩플]

2025-02-02

오픈 AI의 챗GPT가 전세계 ‘생성 인공지능(AI) 붐’을 촉발한지 2년 여. 지금껏 글로벌 시장에 통용된 생성 AI 모델 개발사는 대부분 미국 회사였다. 그런데 창업 2년차를 맞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AI 모델 ‘R1’을 공개하면서 판이 바뀌었다. 미국산 대비 18분의 1 수준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을 구현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AI 굴기(倔起)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AI 기업 중국 내 4000개 이상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은 딥시크가 철저히 계획된 중국 정부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박 소장은 “대중엔 많이 안 알려졌지만 딥시크는 이미 중국 정부가 컨트롤하는 시나리오 안에서 준비된 기업으로 보여진다”며 “중국엔 이미 4000개가 넘는 AI 회사가 있고 딥시크는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내 AI 기업은 4400개가 넘고, 그 중 생성AI 기술을 채택해 연구·개발하는 기업 비중은 15%(약 700개)에 달한다. 자우지궈 공업정보화부 수석 엔지니어는 지난해 12월 참석한 행사에서 “현재 중국 AI 기업 수는 4700개가 넘는다”며 “등록을 마쳐 대중에게 서비스되고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이 200개 이상이고, 등록 사용자 수도 6억 명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AI 개발은 10년 전부터 기획됐다. 2014년 이른바 ‘대중창업 만중창신’ 전략(혁신창업 진흥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전략성 하이테크분야 기술 연구개발(R&D)의 도약적 발전’을 꼽은 것이 그 출발이었다. 2021년엔 ‘14.5 규획’으로 불리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년까지 핵심 기술 자립화율 70%, 2030년 세계 AI 강국 도약’이란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엔 리창 총리가 10대 정부 과제 첫번째 항목으로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박 소장은 중국 정부의 이런 노력에 대해 “단순 기업 지원 정책을 넘어 생태계 자체를 완전히 바꾸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AI 산업 뭐가 달라

중국의 AI 굴기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지난해 7월 펴낸 특허환경보고서 ‘생성 AI’ 편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간 출원된 생성 AI 관련 특허 5만 4000여건 가운데 중국에서 출원된 특허는 3만 8210건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2위 미국(6276건)의 6배 규모다. WIPO는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데, 출원건수가 매년 50%씩 늘고 있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에서 대학 및 연구기관을 기준으로 특허 출원 순위를 매겼을 때는 상위 5곳 중 4곳이 중국 소재 대학·기관이었다. 기업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도 상위 5곳 중 4곳이 텐센트홀딩스(1위·2074건), 핑안보험(2위·1564건), 바이두(3위·1234건), 알리바바그룹(5위·571건) 등 중국 회사였다. 미 스탠포드대는 지난해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4’에서 “중국이 AI 특허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新) 4대 천왕, 여섯 호랑이의 질주

연구·개발 단계부터 차근 차근 쌓아올린 중국의 AI 저력은 최근 기업들의 잇따른 고성능 AI 모델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지난달 22일 최신 AI 모델 ‘더우바오-1.5-프로’를 공개하며 “(오픈 AI의 최신 모델인) GPT-4o보다 지식 유지, 코딩, 추론, 중국어 처리 분야에서 더 나은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딥시크 쇼크가 강타한 직후인 지난달 29일엔 알리바바가 새 AI 모델 ‘Q1 2.5-맥스’를 출시했다. 알리바바는 “오픈AI의 GPT-4o와 딥시크-V3, 메타의 라마-3.1을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능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딥시크 같은 AI 스타트업 중에도 이미 수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회사들이 즐비하다. 문샷AI는 수학·코딩·멀티모달 추론 등 주요 벤치마크에서 GPT-4o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 ‘키미(Kimi)-k1.5’를 최근 출시했다. 지난해 8월 이 회사는 33억 달러(약 4조 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즈푸(28억 달러), 바이촨(28억 달러), 미니맥스(25억 달러) 등도 조단위 기업가치를 달성한 AI 유니콘으로 꼽힌다. 지난해 각각 수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한 01.AI, 스텝펀 등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중국 칭화대 공대 출신인 백서인 한양대 중국지역통상학과 조교수는 “중국에서 딥시크는 원래 유명한 팀도 아니었고 AI를 연구하던 곳도 아니었다. 그저 2년 정도 정부 지원받은 것만으로 이 정도 수준이 된 것”이라며 “알리바바·바이두 같은 거대 기업은 물론 ‘AI 신(新) 4대천왕’, ‘여섯 호랑이’ 등 별호로 불리는 스타트업까지 그간 꾸준히 주목받았던 회사들의 AI 모델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독창성 한계, 확장성으로 극복

일각에선 정부 주도 성장으로 인한 독창성 부족을 중국 AI 굴기의 한계로 지적하기도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 딥시크에 대해 “기술적으로 유능하긴 하나 독창적이지 못한 시도”라며 “검열 제약,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모방을 선호하는 연구 문화 등으로 (기술 발전에) 방해를 받는다”고 평가했다. 한 국내 AI 전문가도 “중국 AI는 원천 아이디어, 창의성 면에서 분명 한계를 지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보다 주목받는 게 기술의 확장성이다. 백서인 교수는 “중국 AI가 휴머노이드 등 로봇과 결합했을 때 훨씬 강력한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춘제(春節)’ 갈라쇼에 휴머노이드 군무단을 등장시킨 중국의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얼마 전 돌 덮인 산과 계단, 물길을 넘나드는 로봇 개 ‘B2-W’를 공개해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회사 쉬 닉 선임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코엑스 ‘컴업2024’에 참석해 “로보틱스 발전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며 “10년 안에 다른 회사 AI 모델을 사용하거나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찬 소장은 “중국의 기술 패권은 결국 시진핑 주석의 강군몽(强軍夢·강한 군대를 키우는 목표) 구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K-AI의 설 자리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이 노골화하는 현 시점 한국의 존재감은 없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박승찬 소장은 “국내 최고 기술자들이 기회가 생기면 미국으로 넘어가고, 그게 안 되면 중국으로 나가려는 최근 추세부터 돌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될 기업을 골라 키우는 정책적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서인 교수는 “정말 기술력 있고 문제의식이 뚜렷한 기업들을 선정해서 인재 고용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모델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미 미국도 선별적으로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우리만 뒤쳐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LLM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준화 국회 입법조사관은 “세계적으로 범용인공지능(AGI)을 구축하는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하루 빨리 자체 LLM의 수준을 높이고, 양질의 데이터를 충분히 학습시켜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Future of AI, 미래를 보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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