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럽 테크 생태계는 지난 10년 동안 놀라운 도약을 이뤘다. 런던 기반의 투자회사 아토미코(Atomico)가 지난 11월 25일에 발간한 ‘유럽 테크 현황 보고서 2025(State of European Tech 2025)’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유럽의 투자 규모는 10배 이상 커졌고, 인재 풀은 7배로 확대되었으며, 10억 달러 이상 기업 수는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유럽에는 ASML과 SAP를 포함해 시가총액 1000억 달러(144조 원) 이상인 ‘센타콘(Centacorn)’ 기업이 5개가 있다. 미국의 센타콘 기업이 30여 개인 것에 비추어 유럽은 여전히 ‘성장’에 목마른 시장이다. 성장을 향한 변화에 대한 갈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생태계 가치만 보더라도 10년 전 1조 달러(1442조 원) 미만에서 현재 약 4조 달러(5768조 원) 수준까지 올라와서 그 속도도 빠르다.
어쩌면 지금 유럽은 가장 변혁적인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영광을 복원할 것인지, 역사 속에서 천천히 뒤처질 것인지. 아토미코는 그것을 결정하는 요인을 ‘속도·통합·대담함’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해진다. 유럽 테크의 다음 10년은 무엇이 규정할 것이며, 유럽은 어떻게 ‘자기 미래’를 주도권 있게 설계할 것인가.
2025년 유럽 스타트업계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유럽에서 무엇이 중요해지고,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기업들은 어떤 대비가 필요할지 살펴본다.
#AI 규제 이끄는 유럽
2022년 말 챗 GPT의 공개는 전 세계 AI 트렌드의 가속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제는 LLM이 쏘아올린 AI 트렌드가 산업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이 될지에 눈이 쏠린다. 여기에 공간 관계와 세계의 물리적 특성이 결합해 나올 로봇, 자율 주행, 공장 자동화 등 피지컬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사이 유럽은 조용하게 AI가 적용될 시장의 ‘룰’을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EU 인공지능법(EU AI Act)이다. 이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이다. EU 인공지능법은 위험 기반 접근 방식을 채택해 위험 수준에 따라 AI 활용을 차등 규제하며, 사회적 점수 매기기, 실시간 원격 생체 인식 등 특정 AI 기술은 사용을 금지하고, 의료/교통 등 고위험 분야 AI에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요구한다. 주요 규제는 2024년 8월 발효 이후 단계적으로 시행되며, 위반 시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AI 관련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기에 더해 2025년 8월, 범용 AI(GPAI)까지 포괄하는 핵심 조항이 발효됐다. 이로써 유럽 AI 스타트업은 기술문서, 학습데이터 공개 요약, 시스템 리스크 평가, 사고 보고 의무를 지는 ‘규제 1차 충격’을 맞았다.
이 법은 위반 시 최대 3500만 유로(593억 원) 또는 글로벌 매출 7%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기에 초기 스타트업에겐 진입장벽이, 규제를 선제적으로 준비한 플레이어에겐 무기화된 컴플라이언스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유럽에서 AI는 ‘잘 만들면 된다’가 아니라 ‘어떤 룰 위에서 팔 수 있나’가 문제가 되었다. 2025년은 그 질문이 한층 더 현실이 된 해이다. 금지 영역과 고위험 영역에 대한 규제 준수는 제품 로드맵의 첫 장으로 올라왔고, 기술문서·데이터 거버넌스·리스크 평가·사고 대응 체계는 ‘부록’이 아니라 제품의 일부가 되었다. 2025년 유럽의 AI업계에서는 제품의 규제 준수가 비용이 아닌 ‘독보적인 장점(USP)’이 되는 첫 걸음이었다.
여기에 EU는 2025년 4월 인프라·인재·데이터·산업 적용을 함께 묶는 ‘AI 대륙 행동 계획(AI Continent Action Plan)’을 전면에 내세우며, 규제를 ‘산업전략 패키지’로 전환하려고 시도해왔다. 이 계획은 실제 산업 및 연구 현장에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것이 목표다. 유럽이 AI를 다루는 방식은 미국식 빅테크 수직통합이나 중국식 국가 주도의 방식과는 다르다. 유럽은 규정 가능한 시장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서 산업별 적용을 촘촘히 설계하며, 그 과정 자체를 진입장벽으로 만든다는 특징이 2025년에 더 뚜렷해졌다.
이 가운데 유럽 주요 AI 테크기업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까? 유럽 LLM의 희망, 유럽형 주도(sovereign) AI라 불리는 미스트랄 AI(Mistral AI)는 9월, 17억 유로(약 2조 88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40억 달러(20조 원)를 돌파했다.

이는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미스트랄 AI가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대항하는 유럽의 강력한 대항마로서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투자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장비 회사인 ASML이 리드했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의 AI 주권 담론이 정치적 구호에서 산업 동맹으로 구체화되는 흥미로운 사례로 앞으로 유럽 시장의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지 지켜볼 지점이다.
엔스케일(Nscale)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엔스케일은 2023년 런던에서 설립된 AI 전용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 ‘컴퓨트 레이어(compute layer)’에 집중하는 인프라 플레이어다. 엔스케일이 지난 9월 11억 유로(약 1조 8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것은 유럽의 현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럽이 AI 주권을 말할 때 늘 막히는 병목은 컴퓨트 능력이다. 즉 AI 전용 클라우드·데이터센터·GPU 공급망이 단순한 인프라가 아니라 ‘주권’의 일부로 재정의된다. 따라서 전력·규제·국가 이해관계가 얽힌 유럽 시장에서 엔스케일의 성공 스토리는 시장에서 인프라 투자는 단순 설비가 아니라 정책과 산업이 만나는 지점이 된다.
유럽 AI 스타트업 중 2025년 초신성은 ‘러버블(Lovable)’이었다. 러버블은 2023년 11월 스웨덴에서 설립된 AI 코딩 스타트업으로 창업 8개월 만에 1억 7400만 유로(2948억 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이는 유럽 테크 역사상 최단기간 유니콘 달성 기록 중 하나로, AI 네이티브 앱 개발 플랫폼 시장의 폭발력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다. 2024년 출범 이후 8개월 만에 연간 반복매출(ARR) 1억 달러(1442억 원)를 돌입하면서 유럽도 실리콘밸리식 초고속 제품 확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올해 러버블이 올해 또다른 유럽의 희망으로 떠오른 이유다.
그 밖에 런던의 이스 생성·더빙 중심의 생성형 AI 일레븐랩스(ElevenLabs),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생성형 이미지 모델 기업 블랙 포레스트 랩스(Black Forest Labs), 파리의 소프트웨어 개발용 AI 기업 풀사이드(Poolside), 런던의 AI 아바타 영상 생성 기업업 신세시아(Synthesia), 쾰른의 AI 번역 기업 딥엘(DeepL)이 조용한 강자로 떠오르며 유럽 AI 테크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딥테크 투자 늘었지만 분산
‘유럽 테크 현황 보고서 2025(State of European Tech 2025)’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유럽 VC 자금에서 딥테크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유럽이 원래 연구기관·인력·공공 R&D 등 과학기반 산업이 매우 강했다. 여기에 다시 자본이 붙기 시작했다. 특히 양자·컴퓨팅·우주·신소재에 투자가 활발했으며, 바이오헬스 분야는 AI와 결합한 성공사례, 양자 컴퓨팅에서는 연구와 상용화 간격을 줄이는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유럽이 연구 중심의 언어였다면, 2025년 유럽에서 딥테크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전략산업의 언어로 포장되고, 그 언어가 자본시장과 연결되는 방식이 더 정교해졌다. 미국이 소수 AI 랩에 초집중 투자를 하는 동안, 유럽은 컴퓨트·양자·국방·클라이밋 등 전략기술 전반으로 투자를 분산하는 특징이 강화됐다. 분산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승자에게 자본을 붙이는 화력이 부족해 ‘스케일업에 약한 유럽’이라는 약점도 함께 드러났다.
2025년 딥테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유럽 스타트업은 다음과 같다. 먼저 영국 케임브리치 출신의 퀀티뉴엄(Quantinuum)은 양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함께 개발하는 풀스택 양자 기업이다. 퀀티뉴엄은 지난 9월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6억 달러(약 81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에쿼티(지분)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를 통해 전체 기업가치를 100억 달러(약 13조 5000억 원)로 끌어올리며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투자파트너스도 신규 투자자로 참여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이로써 퀀티뉴엄은 ‘헬리오스(Helios)’ 등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가속화하는 자금을 마련해, 범용 양자 컴퓨팅(Universal Fault-Tolerant Quantum Computing) 실현을 위한 R&D와 스케일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사례는 유럽이 양자에서 ‘연구’가 아니라 ‘기업가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상징성이 있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기반 양자 AI스타트업 멀티버스 컴퓨팅(Multiverse Computing)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도 큰 뉴스 중 하나였다. 멀티버스 컴퓨팅은 양자물리학에서 영감을 받은 ‘텐서 네트워크’ 기반 압축 기술 ‘컴팩티브AI(CompactifAI)’를 통해 AI 모델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해 엣지 디바이스, 가전,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초소형 AI(칙브레인)를 구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2억 1500만 달러(2900억 원)의 투자 유치로 상용화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밖에 바이오/헬스 분야의 성장 스토리도 유럽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AI가 바이오 헬스테크 분야와 결합하면서 ‘발명’ 못지않게 ‘검증’이 중요한 유럽 시장에서 흥미로운 성장 스토리를 전해주는 두 기업이 있다. 런던의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와 파리 스타트업 오우킨(Owkin)이다.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구조 생물학·화학을 약물 설계로 연결하는 접근으로 주목받았다. 오우킨(Owkin)은 의료 데이터 기반 AI로 임상 연구와 바이오마커 탐색을 지원하는 ‘AI 바이오 플랫폼’으로 알려진다. 오우킨은 유럽의 강점인 병원·연구 데이터 네트워크를 제품화했다. 이는 유럽 특유의 ‘분산된 병원 시스템·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공공 의료 데이터’라는 제약 조건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 기업의 사례는 유럽이 오랫동안 강점으로 보유해온 연구·임상 자산이 2025년에 어떻게 ‘대형 투자 라운드’라는 자본 사건으로 전환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방산, 금기에서 기회로
전면에 나선 AI보다도 더 뜨거운 곳이 있었으니 바로 방산, 국방, 복원력(resilience) 테크 분야다. 특히 유럽에서 국방은 오랫동안 ESG 논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런데 2025년에는 지정학 리스크가 도덕적 논쟁을 현실적 필요에 의한 조달(procurement)로 바꿨다. 2025년 유럽 방산 테크 투자액은 전년 대비 55% 급증했다. 방산 분야는 이제 유럽에서 금기가 아니라 복원(resilience)을 위한 기회의 땅이 되었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기업이 독일 뮌헨 기반의 헬싱(Helsing)이다. 헬싱은 센서·정찰 데이터를 결합해 전장 의사결정을 돕는 AI 기반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6월에 6억 유로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40억 달러의 데카콘이 되었다.
그 밖에 민간의 AI, 로보틱스 기술을 군사 기술로 전환하는 ‘이중 용도’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포르투갈의 테케버(Tekever)가 유니콘 반열에 합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보·정찰(ISR)용 드론을 만드는 독일 스타트업 퀀텀 시스템즈(Quantum Systems)도 주목받았다.
이 열기를 더욱 타오르게 한 것이 유럽방위기금(EDF)이다. EU는 AI, 양자 컴퓨팅, 사이버 보안에 집중하는 방위 기술 프로젝트에 수십억 유로를 투입하며 미국의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이 가운데 크고 작은 마찰도 있었다. 나토 혁신 펀드(NATO Innovation Fund, NIF)의 혼란과 재정비 소식이다. 나토 혁신 펀드는 2022년 발표 당시부터 24개국이 뒷받침하는 10억 유로(1조 6900억 원) 규모의 방위·안보 혁신 펀드로 전례가 없던 시도였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창립 파트너가 이탈하고, 보상 관련 분쟁이 일었으며, 이해충돌 의혹 등 큰 잡음이 있었다. 이를 재정비하면서 합류한 피오나 머레이(Fiona Murray) 의장이 현재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열심이다.

머레이는 스타트업 전문 매체 시프티트(Sifted)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위협은 극도로 현실적이며, 안보가 기술 로드맵을 바꾼다”며 “유럽이 장기적 기술적 회복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국경 교란, 드론 출현, 해저 케이블 같은 인프라 위협 등 회색 지대(Grey Zone)에 투자할 것이며, 복원력에 가격을 매기는(pricing resilience)’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스타트업의 속도와 대기업의 산업 생산 역량을 결합해야 할 시점”이라며 2025년 유럽의 방위/보안 시장이 ‘창업 붐’ 단계에서 스케일업·양산·조달 체계·자본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 단계로 진입 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 테크, 담론 넘어 돈 되는 산업 인프라로
세계에서 ‘지속 가능성’과 ‘기후’를 가장 높은 목소리로 강조해온 유럽이 다시 KPI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지속 가능성에 맞는 기후 정치적 올바름, 탄소 크레딧, ESG 수사가 우선이었다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기후 사업이 ‘돈이 될 것인가’에 투자자들의 초점이 모였다. 즉 전기화·그리드·공정 효율·분산 에너지 같은 ‘현장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주요하게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을 보면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먼저 독일 뮌헨의 프록시마 퓨전(Proxima Fusion)은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독일 기반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이다. 2025년에만 1억 3000만 유로(19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해 유럽 핵융합 분야 민간 투자 기록을 경신했다. 총 투자 유치 금액은 확장 후 2억 유로(2900억 원)에 달하는 등 활발히 투자받고 있으며,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스텔라레이터(핵융합 반응을 위해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자기장 장치) 기술을 기반으로 2030년대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함부르크 스타트업 아인츠콤마퓐프그라트(1KOMMA5°)는 주택 전기화(태양광·배터리·히트펌프 등)와 에너지 관리를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성장 중이다. 1KOMMA5°가 독일의 대표적인 유니콘으로 등극하면서, 기후테크가 단순히 기후 정치적 올바름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전기화 운영 사업으로서 수익을 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밖에 함부르크 출신 스타트업 라봇 에너지(Rabot Energy)는 전력 요금 최적화와 전력 거래를 소프트웨어로 풀어내는 ‘에너지 핀테크’ 기업으로 주목받고, 카를스루에 출신 이너레텍(INERATEC)은 합성연료(e-fuels) 생산 기술로 산업 탈탄소를 겨냥하는 독일 기후테크 기업으로 정책 목표를 실제 공정(플랜트)로 바꾸고 있다. 또 드레스덴의 선파이어(Sunfire)는 고온 전해(SOEC) 기반 수전해 및 e-fuel 밸류체인 기술로 유럽 산업 탈탄소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기후 테크 분야가 에너지 산업과 연계되어 성장하면서 특히 이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는 독일 스타트업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핀테크 춘추전국시대 끝, ‘찐 고수’만 살아남았다
지난 5년간 핀테크의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찐 고수’만 남은 것이 유럽 핀테크 업계의 상황이다. 특히 B2C 분야에서 초고속 성장해온 여러 핀테크 서비스들 중 옥석이 가려지고, B2B 인프라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아왔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은 런던 기반의 레볼루트(Revolut)다. 레볼루트는 멀티통화 계좌·카드·송금에서 출발해 투자·대출까지 확장한 유럽 대표 슈퍼앱형 네오뱅크다.

2025년 레볼루트가 연간 수익 10억 달러(1조 4430억 원)를 돌파하며 기업가치를 최대 750억 달러(약 108조 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레볼루트는 유럽 최대의 비상장 테크 기업이자 글로벌 금융의 거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며 IPO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금융 슈퍼앱(결제·저축·보험·투자·비즈니스 뱅킹·가족/키즈 계정 등)의 범위를 넓히며, 금융 대기업의 영역을 직접 공략하면서 규제·운영·제품 확장의 체력을 동시에 키웠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 밖에 파리의 중소기업 회계·재무 운영을 통합하는 페닐레인(Pennylane), 베를린의 결제 운영체제(OS)를 제공하는 페이레일스(Payrails), 코펜하겐의 소상공인(SMB) 결제·POS를 단순화하는 결제 솔루션 플랫페이(Flatpay), 마드리드의 급여 선지급(EWA) 모델을 통해 직원 복지와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페이플로우(Payflow) 등 B2B 핀테크 기업의 성과가 2025년 유럽 핀테크 업계를 달구었다. 유럽에서는 불안정한 금리·규제 환경 속에서 초고속성장보다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2026년 유럽을 공략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바로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유럽의 뉴스를 진출 전략의 체크리스트로 만드는 능력이다. 특히 반드시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할(Must-do) 인사이트는 컴플라이언스를 비용이 아닌 ‘판매 가능한 기능’이 달린 제품의 일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즉 제품 스펙으로써 유럽의 규제를 바라본다면, ‘준비된 팀’과 ‘나중에 맞추려는 팀’의 격차가 커진다.
2026년 발표될 EU의 정책 타임라인에도 주목해보자. 2026년 1분기에는 혁신기업을 위한 스물여덟 번째 레짐(28th Regime for Innovative Companies), 유럽 혁신법(European Innovation Act), 저축·투자 연합(Savings & Investment Union), 클라우드·AI 개발법(Cloud and AI Development Act)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2026년 2분기에는 공공조달법(Public Procurement Act), 양자법(Quantum Act), 3분기에는 유럽 벤처캐피털 펀드 규정(EuVECA) 업데이트(Update of the European venture capital funds Regulation) 등 유럽이 가고자 하는 대략적인 방향이 보인다.
이는 기업의 운영환경을 실제로 바꾸려는 인프라로 유럽의 혁신을 주도할 예정이다. 한국 스타트업은 이 생태계와의 접점을 만들면서, 규제 변화의 흐름을 더 빨리 읽고, 현지 파트너·투자·정책 파일럿 기회를 더 잘 포착할 수 있다. 특히 공공조달법이 발표되면서, 조달 개혁이 현실화 되면, PoC 이후의 매출 경로가 생긴다.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한국 스타트업도 초기부터 조달 문서·표준·보안·데이터 요구사항을 제품 설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유리해진다.
이런 변혁의 시대에 유럽은 앞으로 10년 동안 자기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을까. 설립하는 데만 해도 하세월인 관료주의 만연한 행정체계, 미국처럼 화끈한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려운 스케일업의 장벽, 하나의 유럽이라고 하지만 각기 다른 국가 다른 문화인 개별 시장의 장벽. 이것들은 유럽이 기업가적 비전을 지탱할 수 있다는 믿음을 흔드는 주요한 요소다. 그래서 유럽이 혁신 분야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일은, 단지 산업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의 자신감·모멘텀·집단적 확신을 만드는 핵심 과제가 된다. 우리는 시장을 공략하려는 또 다른 플레이어로서 유연하게 머무를(Stay Flexible) 필요가 있다. 매일이 새롭고 매일이 위기인 이 시대에 일단 버티자!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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