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 필요성을 표명하는 등 환율 정책과 미국 국채 보유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일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협상을 앞두고 '코드 맞추기'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간) 일본 주요 매체에 따르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자민당 정책연구위원회 의장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정부는 미국 국채 보유분을 의도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월 현재 1조 79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해 중국(7608억 달러)을 제치고 최대 보유국에 올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 이후 10거래일 동안 주식, 채권, 석유, 금, 달러 등 주요 자산 가격이 크게 요동쳤으며 특히 미 국채 매도세는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일본은 대규모 국채 보유고를 활용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지만 이날 오노데라 의장의 발언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노데라 의장은 엔화 강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일본이 통화 약세로 인해 가계 생활비가 상승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엔화 강세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측에 엔화 강세를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엔화 약세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미국의 요구에 보조를 맞춘 행보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일본이 의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 가치가 낮아지면 일본산 상품의 수출 가격은 낮아지고 미국산 상품의 수입 가격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