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유족에 '고기 분쇄기' 선물한 러시아 여당

2025-03-11

러시아 집권 여당이 전쟁 중 사망한 군인의 유족에게 '고기 분쇄기'를 선물해 비난이 쏟아졌다. '고기 분쇄기'는 참혹한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 병력을 대거 투입하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 쓰이는 멸칭이기도 하다.

9일(현지 시각)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무르만스크 지부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지난 5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어머니를 직접 찾아가 선물을 전달했다.

당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게시했는데, 이를 통해 유족에게 꽃다발과 러시아의 전자제품 회사 덱스프(Dexp)의 고기 분쇄기를 선물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 고기 분쇄기를 선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난이 일었다.

러시아는 최전선에 배치한 병사들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뜻에서 '병사들을 고기 분쇄기에 던졌다'는 표현으로 종종 비난받는데, 이 상황에서 고기분쇄기를 선물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어로도 '고기 분쇄기'(영어 meat grinder; 러시아어 myasorubka)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 같은 비판에 무르만스크 지부의 폴리아르니예 조리는 “냉정하고 과도한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으며, 선물 전달식에 참여한 막심 첸가예프 시장은 “고기 분쇄기는 원래 선물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한 여성이 요청해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통합러시아당은 SNS에 사진 속 여성이 직접 해명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여성은 “시기 적절한 선물”이라며 “고기 분쇄기를 사고 싶었는데 당신이 때마침 하나를 선물해줬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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