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 관련 4년만에 첫 교섭 예고…한국옵티칼 이어 마지막 고공농성도 끝날 수 있을까

2025-08-29

세종호텔 사측이 정리해고 약 4년만에 처음으로 노사 교섭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씨가 29일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600일만에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세종호텔은 마지막 남은 고공농성장이 됐다. 사측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겠다고 밝히고, 이재명 정부 들어 노동 문제를 대하는 기조도 바뀌면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가 내려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세종호텔 측은 지난 28일 서울고용노동청을 통해 세종호텔 해고 문제와 관련해 노사 교섭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가 노동청이 주선하는 교섭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섭은 9월 둘째주에 열릴 예정이다.

이는 2021년 12월 세종호텔 정리해고 후 처음 열리는 교섭이다. 그동안 사측은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국회의 문제 해결 촉구에도 움직이지 않았었다. 호텔 측은 “대법원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확정됐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이날로 198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20여년 동안 세종호텔 요리사로 일했던 고 지부장은 2021년 12월 정리해고됐다. 세종호텔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면서 고 지부장을 비롯해 조합원 12명을 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라며 복직 투쟁에 나섰고, 고 지부장은 지난 2월 세종호텔 앞 10m 높이 명동대로 교통시설 구조물에 올랐다.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 재단 이사회는 지난 14일 3차 이사회를 열고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논의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회의 결과 이사회는 오 대표에게 복직 문제를 일임하고 이에 따른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 지부장은 “교섭에서 오 대표가 해고자 복직을 결정할 수 있다. 대양학원 이사회에게 해고자 복직 권한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젠 복직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 동안 사측과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직접 대화를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회사의 생각을 가늠할 수 없고, 교섭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교섭이 잘 되면 고 지부장도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중이던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29일 600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북 구미 소재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에 직접 방문해 외투기업 노동자 보호를 위한 행정적 지원 방안 강구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사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고, 노동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협동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이번 투쟁은 단순히 한 사업장의 갈등을 넘어 외국인투자기업의 무책임한 철수와 해고, 그리고 국가의 무능이 빚어낸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다시는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하늘로 올라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박 부지회장이 고공농성을 끝내면서 고 지부장은 현재 유일하게 남은 고공농성 노동자가 됐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왔다.

장기간 사태가 지속되던 고공농성 사업장들도 정권이 바뀐 후 점차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업장들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취임 후 3일만에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을 방문했고, 다음날 바로 한국옵티칼을 찾았다. 당시 그는 “사람 위에 법이 있을 수 있냐”며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많이 늦었지만 뒤늦게라도 정부·여당이 우리사회 고통이 있는 곳에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보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더운 날씨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올라가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투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고,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를 할 경우 일자리가 생기면 해고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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