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인학회 주최
지인엽, 안태준 교수 발제
김윤경, 강상엽 교수 토론
고려아연 등 경영권 분쟁 사례 인용
"적대적 관계 기업, 동일 집단 지정은 부당"
"지분율 등 외형으로만 동일 기업집단 판단"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 1986년 도입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경제학적, 법학적 관점에서 심층 조명한 학술 심포지엄이, 오는 23일 오전 한국경영인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다. 심포지엄 대주제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다.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첫 도입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쳤으나 ▲현실과 동떨어진 동일인(총수) 판단 ▲획일적이고 경직된 지정 기준과 절차 ▲불복제도의 미비 등 여러 허점을 노출했다. 재계 최대 현안 중 하나인 고려아연-영풍·MBK파트너스 사이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원점에서 되짚어 봐야 한다는 견해는 더 주목받고 있다.
현행 법령상 고려아연은 영풍과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해 있으나, 두 기업은 창업주 시절부터 각각 독립된 경영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초 시작된 양측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적대적 M&A 시도로 이어지면서, 학계를 중심으로 “총수의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할 때 두 기업은 동일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독립된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업을 동일 집단으로 규제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란 지적이다.
이날 심포지움에서도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동일 집단 지정을 둘러싼 쟁점이 비중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발제는 동국대 경제학과 지인엽 교수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안태준 교수가 각각 맡았다. 토론에는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와 강상엽 중국 북경대 국제법학원 교수가 참여한다. 심포지움 좌장석에는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앉는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제도를 분석한 지인엽 교수는 국내외 실증 데이터와 고려아연 사례 등을 인용, ‘사전 규제’ 중심의 현행 제도를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지인엽 교수는 “현행 법의 동일인 규제는 형식적이고 획일적”이라며 “실제 지배관계와 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00년 현대그룹, 2009년 금호석유화학, 2024년 고려아연 등 지난 25년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계열사가 분리되는 등 (해당) 기업집단을 단일한 경제적 공동체로 보기 어려운 사례가 수차례 발생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지 교수는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정책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설정됐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사전 규제는 기업집단 간 이질성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지인엽 교수는 그 대안으로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Comply or Explain’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이 방식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최적의 지배구조를 설계하되, 모범규준과 차이가 발생할 경우 그 이유를 설명(Explain)하도록 함으로써 규준을 따르도록(Comply) 유도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인엽 교수는 3단계 이상 출자를 금지한 지주회사법의 맹점도 짚을 예정이다.
법학적 관점에서 제도를 살핀 안태준 교수는 형식 논리에 치우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판단 관행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안 교수는 “공정위는 1차적으로 지분율이라는 정량적 기준에 따라 동일인의 사실상 지배 여부를 간주하는데, (이 기준만으로는) 당해 기업에 대한 동일인의 실질 지배 여부를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안태준 교수는 “동일인과 동일인관련자 합산 3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도 동일인이 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표적으로 둘 사이가 적대적일 수도 있는데 해당 회사를 동일인의 기업집단에 편입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기업집단에 형식적으로 편입돼 있는 계열회사 역시, 동일인 또는 다른 계열회사와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동일인 기업집단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사 개요]
일시 : 2025년 4월 23일(화) 오전 09시30분~
장소 :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B
주최 : 한국경영인학회
주제 :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쟁점과 개선방안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디지털포스트(PC사랑)’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