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문제를 모를 때 생긴다···신격호 철학, 롯데에 묻는다

2025-04-17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무계원에서 막을 올렸다.

롯데재단(이사장 장혜선)은 지난 16일, 평전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의 출간을 기념해 '2025 롯데재단 상전(象殿) 신격호 展: 그가 바라본 내일'을 개막했다. 전시는 오는 20일까지 이어진다.

개막식과 함께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장혜선 이사장을 비롯해 유창호 전 후지필름 대표, 김명수 전 롯데물산 대표 등 전직 롯데 계열사 CEO들이 참석해 고인의 생전 철학과 일화를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롯데를 연결하는 진지한 성찰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장혜선 이사장은 "할아버지 방에서 남산이 보였는데, '내가 판 껌이 저 산만 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숫자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으시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았고, 가족들과도 항상 기업과 국가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말했다.

특히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는 '현재 잘못하고 있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 해결할 수 있다. 정말 문제는 문제가 무엇인지 모를 때'라고 늘 강조하셨다"며 "그 말씀은 지금의 롯데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롯데그룹은 재계 순위가 5위에서 19위로 밀려난 가운데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전직 경영진들도 냉정한 진단과 조언을 이어갔다.

유창호 전 대표는 "신 명예회장은 경영 판단보다 사람의 확신을 중시했다. 각사 CEO들에게는 먼저 사업 계획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물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현금 흐름 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분"이라며 "요즘의 어려움은 오히려 그 철학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전 대표도 "신 회장은 '롯데가 1등이어야 한다'는 말씀보다는 '일주일이라도 대한민국이 1등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철학을 먼저 꺼내셨다"며 "롯데월드타워를 서울에 짓는 일도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시는 총 세 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제1전시실 '기억 속의 순간들'에서는 현장경영, 책임경영, 기업보국을 주제로 한 AI 일러스트 4점이 전시돼 있다. CEO들의 회고를 바탕으로 장면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제2전시실 '기억 속의 추억들'은 일반 시민들의 사연과 사진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음악과 함께, 추억이 담긴 사진을 LP 형식으로 전시해 '기억을 재생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제3전시실 '순간과 추억을 잇다'에는 관람객이 평전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독서 공간이 마련됐다. 전시를 통해 받은 여운을 책 속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전시의 모티브가 된 평전은 롯데그룹의 전직 CEO 50여 명이 직접 집필에 참여한 생생한 기록집이다. AI 출판기술을 활용해 CEO들의 기억을 시각화한 점도 눈에 띈다.

롯데재단은 전시와 함께 '평전 독후활동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 8일까지 감상문, 카드뉴스,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최우수 수상자에게는 최대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장혜선 이사장은 "할아버지의 정신을 후세에 반드시 남기고 싶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신 명예회장이 강조하셨던 책임감과 현실 직시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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