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대학의 동행

2025-03-05

새 학기 대학 교정을 가득 채운 활력은 생동하는 봄과 어울린다. 신입생들의 기대에 찬 눈빛과 조우하며 강의실로 향하는 내 걸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강의가 끝난 늦은 오후, 교정의 둘레길을 도는 산책은 바쁜 일상 속 소박한 즐거움이다. 땅속 새순의 향을 품은 흙내음을 맡으며 산책하는 시간엔 잡다한 고민도 섞여든다.

최근 산책 중 떠올리는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생성형 AI가 보편화하며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추론 능력이 강화된 AI는 수학 수능시험에서 1등급을 기록할 정도로 비약하는 중이다. 단계별 추론과 계산을 요하는 전통적 과제 출제가 무의미한 이유다. 올해는 대학 교육에서 AI를 활용하는 방법과 그것이 학생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이 나를 계속 사로잡을 것 같다.

대학의 또 다른 축인 연구는 어떤가. 최근 참석한 학회에선 로봇과 AI를 결합한 연구실의 흥미로운 모습이 소개됐다. 연구자가 원하는 목표가 설정되면 AI가 실험을 계획하고 로봇들이 실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산되고 분석된다. 연구자는 연구의 방향 설정과 전체적인 실험 감독을 담당할 뿐이다. AI와 휴머노이드가 결합한 연구실의 모습은 미래의 표준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대학은 교직원과 학생에 더해 교육과 연구 면에서 공동 파트너인 AI를 포함한 세 주체의 공동체로 변모하고 있다. 그래도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교육자로서 나는 학생들이 AI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받은 답을 현명하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연구자로서 나는 본인의 연구 분야에서 의미 있는 물음을 던지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혜안을 가져야 한다. AI 대전환의 시대, 각 분야의 새로운 자리매김이 활발한 시점에 대학 구성원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진다.

고재현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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