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입법의 과학화, 일상화할 시점

2024-10-31

법치주의는 법대로만 살면 잘 사는 것이다. 국회가 할 최고의 임무도 더 좋은 법률을 만드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국회 안팎에서는 '입법영향분석'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입법영향분석' 없이 법을 만드는 것은 중요 부품이 빠진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는 말은 입법영향분석의 위상을 웅변한다. 지금과 같이 전체 발의 법률 중 의원입법이 97%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법률이 과학적 지원과정 없이 제안되는 경우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입법영향분석은 법안을 상정할 때 법안 시행 후 예측되는 경제·사회적 영향 등의 입법영향분석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회에서 법안 논의할 때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토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법안 완성도를 높여, 졸속·과잉 입법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의회?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며 한국도 지난 제20·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법안 상정시 입법영향분석을 첨부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운영위원회에 상정됐다.

국회의원 10인 이상 동의로 발의되는 의원입법은 정부 입법과 달리 법제처의 사전 법제 심사 절차가 없어 법안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일례로 음주 운전이 2회 이상 적발되면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 은 202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법이 음주 운전 재범 여부를 판단할 때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입법상 불비를 인정한 것이다.

오늘날 입법환경은 다층적 이해관계자와 복잡한 갈등 구조를 포함하고 있으며, 글로벌 의제 및 국제관계, 규율 영역의 광범위성, 주제의 전문성 등의 측면에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영향분석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등장은 산업 및 노동시장에서 기존 질서와는 다른 다양한 이해관계 및 갈등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또 기후위기·4차 산업혁명·인공지능 등은 글로벌 의제이나, 이와 관련된 입법·정책적 대안은 한국적 현상과 여건을 고려해 적합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잡한 내용을 규율하는 법안 등이 발의되고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입법영향분석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는 것은 현재 국회가 의원입법에 대한 자기성찰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하다. 부실입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법 당시 그 영향분석이 정치적이 아니라 과학적·현실적일 때 가능해 질 수 있다. 더욱이 법률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해 행정입법의 형성과 해석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고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도 강화시킬 수 있다.

이젠 법대로 살아야 하는 시대에 와 있다.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진정한 법치사회라고 본다. 역으로 법을 무시하고 안지킨 자는 힘들고 불편해지는 것이 정상적이다. 입법의 과학화가 일상화할 시점이 되었다. 향후 여야 간 대화와 타협과 함께 과학적 검증을 통하여 생산된 법은 한국사회의 법치주의를 진일보시킬 것이며 입법영향분석의 법제화는 대한민국 발전의 신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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