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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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 사태로 두기관 관계 재조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오랜 거래 관계를 맺어온 NH투자증권이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도마에 올랐다.
MBK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가운데, 수년간 반복된 인수금융 지원이 ‘밀월 관계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전체 거래금액 7조2천억원 가운데 약 60%에 해당하는 4조3천억원 규모 중 약 3천억가량의 선순위 대출을 제공한 금융기관 중 하나였으며 이후에도 MBK가 주도한 대형 M&A마다 NH가 주요 자금 공급처로 등장했다. 오스템임플란트(1조원), 고려아연(1조1천775억원), 메디트(296억원), 다이닝브랜즈 지주사(369억원) 등 굵직한 거래마다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반복적 협업을 두고 “MBK가 NH투자증권의 주요 수익처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우량 고객을 중심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IB(투자은행) 관행”이라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인수금융 주관 실적 2조원을 넘기며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급성장 배경에 ‘MBK 효과’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처럼 두 기관의 긴밀한 관계가 재조명되는 가운데, 홈플러스 사태 이후 NH투자증권의 대응을 둘러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카드매출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TB)과 관련해, 일부 증권사들이 홈플러스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NH투자증권은 고소에 참여하지 않았다.
NH투자증권은 하나증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ABSTB 물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아 의문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이 홈플러스 사태의 실질적인 피해 당사자임에도 MBK와의 관계를 의식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도 제기된 바 있다.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으로 피해를 입은 납품업체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농협경제지주와 서울우유, 유가공 조합 등 농축산 단체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납품대금 미지급으로 인해 일부 조합은 출하를 중단한 상태”라며 “정부는 피해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유가공 업체는 40억~100억 원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납품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계는 전체 피해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의 이름도 함께 오르내리게 됐다. NH투자증권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4조3천억원 규모의 대출 중 일부분을 차지한 핵심 금융기관이자, 이후에도 MBK가 추진한 주요 인수 거래마다 반복적으로 자금을 댄 곳이다. 농민 자금을 기반으로 설립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에서, ‘농축산업계의 피해를 방관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 것.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희승·정진욱 의원은 “농민 자금을 바탕으로 한 NH투자증권이 사모펀드의 차입매수를 반복 지원해온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익성과 책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기관이 사모펀드의 수익 구조에 지나치게 편승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MBK와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판매 순위도 7개사 중 네 번째에 불과해 고소에 나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고소에 참여한 증권사는 3곳뿐이며, 대부분은 법적 판단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제기된 개인투자자 피해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자산유동화증권(ABSTB)은 전량 법인 고객에게 판매됐다”며 “다수 개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MBK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밀월이라는 표현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MBK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우량 고객이며, 인수금융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수익성이 높은 업무 중 하나”라며 “양사 간 거래는 신뢰에 기반한 정당한 영업활동이었을 뿐,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준 적은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사태와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해서는 “MBK 요청에 따라 인수금융을 제공했을 뿐, 현재 기준으로는 홈플러스 관련 대출 잔고가 남아있지 않다”며 “자금을 공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6월 만기가 도래하는 MBK의 고려아연 인수금융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내부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시장 여건과 계약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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