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산재와 전쟁 선언했는데…‘중대재해 수사국장’ 22일째 공석

2025-08-11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을 담당할 ‘수사국장’이 22일째 공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실상 산업재해와 전쟁을 선포했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정부 부처의 실무부서 요직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1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최태호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대통령실 고용노동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달 11일까지 산재예방감독정책관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 선임행정관이 정식 파견 전 대통령실에서 업무를 익힌 기간까지 고려하면 약 한 달 동안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이 공석인 셈이다.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고용부의 산재예방감독정책을 맡는 국장급 요직이다.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는 1실장·2국장 체제다. 정책관은 산재 사업장 감독 정책을 수립하는 안전보건감독기획과, 산재 예방 지원 정책을 만드는 산재예방지원과, 사망산재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을 담당하는 건설산재예방정책과, 화학사고를 예방·대응하는 화학사고예방과 등 5개과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중대재해법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산업재해감독과를 관리하는 자리다. 정책관은 작년 아리셀 화재 사고처럼 대형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장관, 산안본부장과 수사본부를 지휘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관 공석 탓에 이미 과부하 상황인 중대재해법 수사 지연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중대재해법 위반 착수사건은 1091건이다. 하지만 검찰 송치는 236건에 불과하다. 한정된 수사 인력으로 하루 1건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관 후임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가 국정과제 선정을 마친 후 여러 부처 인사가 동시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금융위원회처럼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 있는 부처의 인사도 사실상 멈춘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책관 자리에 무게에 비춰 산재 정책 경험자를 찾는 작업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014년 산재예방정책과장을 담당했던 최관병 국장은 근로기준정책관을 맡고 있다. 근로기준정책관은 이재명 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인 근로기준법을 담당하기 때문에 당분간 자리 이동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산재 정책 경험이 있는 오기환 전 외국인력담당관도 올 1월 고용부 경기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류경희 중앙노동위원회 사무처장(전 고용부 산안본부장)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만든 양현수 노동개혁총괄과장도 대통령실로 파견돼 근무하고 있다. 산안본부에서 ‘에이스 과장’이라고 평가 받던 박상원 건설산재예방정책과장도 해외 연수 중이다. 게다가 고용부 인사 책임자인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적재적소 인사 성과를 내기에 아직 취임 기간이 짧다. 김 장관은 지난달 24일 장관직을 맡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앞으로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휴가 중이던 6일에는 잇딴 사망산재를 낸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제재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도 참모에게 내렸다. 연일 산재 감축을 강조한 이 대통령이 사실상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부 입장에서는 정책관 후임 인선 등 산안본부의 유기적인 대응 체계가 급한 셈이다. 고용부는 이달 말 범 부처 산재예방 대책도 발표한다. 한 고용부 전직 관료는 “평시와 달리 산재 감축이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정책관 공석은 하루만 발생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워낙 중요한 자리인 만큼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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