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지구 평균기온 1℃ 상승 시, 지역별로 얼마나 다르게 기후가 변화할까? 한국과 독일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고해상도 기후 모델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 눈길을 끈다. 새로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는 전 지구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으며, 일부 지역은 평균보다 훨씬 더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거나 기상이변이 빈발할 수 있다.
한국 부산대학교 기후물리학센터(ICCP)와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AWI) 과학자들은 지구 시스템 모델 AWI-CM3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대기 9km, 해양 4~25km 수준의 초고해상도로 기후를 시뮬레이션했다. 이 결과는 오픈 액세스 저널 지구 시스템 다이나믹스(Earth System Dynamics)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한국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두 대를 활용해 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수행했고, 이를 통해 온도, 강수, 바람, 해류 등의 변화 양상을 지역 단위까지 정밀하게 그려냈다. 특히 AWI-CM3 모델은 산악 지역의 강수량, 허리케인, 해양 난류 등 기존 모델이 다루기 어려웠던 소규모 기상 현상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자연 부산대 ICCP 박사는 “지구 평균기온이 1℃ 오르면, 북극해는 최대 5℃, 시베리아와 캐나다 북극은 약 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히말라야와 안데스, 힌두쿠시 등 고산지대는 평균보다 45~60% 더 빠르게 기온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일반 사용자와 정책 입안자들을 위한 인터랙티브 데이터 플랫폼의 구축이다. 구글 어스를 통해 미래 기후 데이터를 시각화할 수 있으며, 풍력·태양광 발전 입지 평가에 필요한 풍속 및 일사량 전망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시뮬레이션은 엘니뇨, 라니냐, 매든-줄리안 진동(MJO), 북대서양 진동(NAO) 등 주요 기후변동성의 지역적 영향과 강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향후 이들 변동성의 진폭이 증가해 강우 집중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극심한 강수 사건(하루 50mm 이상)은 동아시아, 히말라야, 아마존, 아프리카 산악지대, 북미 동해안 등에서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홍수, 산사태, 토양 침식 등의 재해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IPCC 보고서에 활용되는 저해상도 기후 모델은 태평양 소규모 섬이나 해안 지역의 미세한 기후 차이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러한 한계를 넘어 해당 지역의 해수면 상승, 해류 변화, 기상이변 등 구체적 기후 영향을 새롭게 밝혀냈다.
ICCP 소장이자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악셀 티머만 교수는 “이번 데이터셋이 정책 결정자, 에너지 및 인프라 계획자, 일반 대중이 기후 적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역 맞춤형 기후 위험 평가와 실질적인 적응 조치 수립에 필수적인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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