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미는 왜 독자 개발 칩을 내놨을까

2025-05-27

“우리는 줄곧 스마트폰이 애플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가장 핵심적인 칩 분야에서도 애플과 견줄 수 있을까.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도전해야 한다.”

중국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지난 22일 창립 15주년 기념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쉬안제O1(XringO1)’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쉬안제O1은 샤오미의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15s 프로’와 태블릿 ‘패드 7 울트라’에 탑재된다. 레이 회장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3나노 공정에서 제조하는 쉬안제O1을 애플의 최신 AP ‘A18 프로’와 비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인 샤오미의 독자 칩 개발은 스마트폰을 넘어 근본적인 기술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키우려는 회사의 야망을 보여준다. 미·중 갈등 속에서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샤오미는 2017년 ‘펑파이 S1’이라는 AP를 개발해 자사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하지만 기술적·재정적 문제로 2019년 모바일 칩 개발을 중단했다. 칩 개발을 재개한 건 2년 뒤인 2021년이었다. 그간 미디어텍과 퀄컴 AP에 의존하던 샤오미는 쉬안제O1을 선보이며 선택지를 늘렸다. 칩을 자체 조달하면 생산 비용을 줄이고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유리하다.

샤오미는 애플,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3나노 공정 AP를 개발해 정식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3나노 공정을 활용한 AP ‘엑시노스 2500’을 개발하긴 했다. 하지만 수율이 저조해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탑재되지 못하고 퀄컴 ‘스냅드래곤’이 들어갔다. 엑시노스 2500은 오는 7월 공개될 차세대 폴더블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3나노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의미한다. 1나노미터(㎚·10억분의 1m)는 머리카락 한 올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숫자가 작을수록 하나의 칩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어 반도체 크기가 작아지고 성능은 향상된다. 다만 최근에는 실제 선폭이 그 수준까지 줄지 않더라도, 선폭이 줄었을 때 기대되는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면 해당 나노 공정 명칭을 쓰고 있다. 샤오미는 2021년 미국의 제재 기업 명단에 올랐다가 소송을 통해 제외돼 TSMC와 거래할 수 있다.

쉬안제O1이 당장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칩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샤오미 스스로도 여러 지표에서 애플의 A18 프로와 견줄 만한 수준에 도달하긴 했지만, 여전히 ‘추격자’에 머물러 있다고 인정했다. 레이 회장은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애플과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우리가 애플을 압도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쉬안제O1에 대해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시장 검증과 비용 최적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업체는 “칩 공급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며 회사는 여전히 타사 칩 공급업체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샤오미가 퀄컴과 다년 계약을 체결한 점도 향후 샤오미의 최상위 제품에는 퀄컴 AP가 탑재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앞서 레이 회장은 반도체 분야에 최소 10년간 500억위안(약 9조5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나아가 앞서 나가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국가 차원의 기술 자립 전략 아래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술 기업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여러 행사에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비판하며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술 기업 중 하나이고, 그들이 우리가 떠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공세는 거세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 기업 로보락이 40%대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23년 한국 법인을 설립한 TCL은 ‘가성비 TV’ 제품을 앞세워 영향력을 넓히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한 샤오미는 다음달 여의도 IFC몰에 국내 첫 오프라인 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다.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매장 운영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에는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169만원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국내에 출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0%, 애플이 39%, 기타 브랜드가 1%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애플 이외 외산폰의 ‘무덤’ 같은 곳이어서 공략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속속 국내 시장에 발을 딛고 있다. BYD(비야디)는 지난 1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를 출시하면서 한국 진출을 알렸다. 중국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지난 2월 한국 법인을 설립했고 창안, 샤오펑, 립모터 등도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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