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고환율·여행객 감소·중국 소비 둔화 '삼중고'

2024-12-18

면세업계가 고환율, 비상계엄 선포, 중국인 손님 감소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유지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으로 인한 여행객 감소, 면세업계 큰손인 중국의 소비 둔화 등 삼중고에 시달린 업계는 저마다 돌파구를 모색하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업계 매출은 2019년 약 25조 원으로 한때 세계 1위를 자랑했지만, 지난해 13.8조 원을 기록하며 절반 규모로 축소됐다. 면세점계 빅4로 불리는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DF, 현대면세점의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460억원, 387억원, 162억원, 82억원에 달한다.

당분간 면세점의 매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현재 원·달러 환율은 고물가와 국내 정세 불안으로 인해 1440원에 달하고 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17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9원 오른 1438.9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가장 높았으며, 비상계엄 선포 전인 3일(주간 거래 종가 1402.9원)보다 36.0원 오른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한국은 '여행위험국'으로 지정된 상태. 통상 4분기는 해외여행객의 인바운드 여행이 급증하는 시기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업계의 매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면세업계 실적의 90%를 차지하던 중국 단체관광객과 보따리상의 발길이 줄어든 것도 매출 급감 요인이다.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쇼핑 패턴은 면세점에서 올리브영·다이소로 바뀌었고, 중국 보따리상은 중국 자국 면세점을 점차 이용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제고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경영 상태가 부실한 점포의 철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비상경영 체제를 발표, 잠실 월드타워점 타워동 매장의 면적 축소를 결정했다. 또 명동본점에 가족단위의 단체여행객보다 젊은 개별 관광객이 선호하는 수입 화장품, 위스키, K푸드 등을 배치해 수요를 잡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10월 말부터 인천공항점에서 환율 보상의 일환으로 내국인에게 5% 추가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사흘간 인터넷면세점에서는 16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보상 패키지' 할인을 진행했다. 160달러어치를 구매하면 각종 할인이 적용돼 결제 가격이 92달러까지 떨어졌다. 또 젊은 여행객 위주의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77개의 뷰티 브랜드를 166평 규모, 200여개의 주류·담배 브랜드 매장을 132평 규모 매장에 선보인다.

신세계DF는 지난달 22일부터 온라인몰에서 환율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50달러 이상 결제 시 13%를 할인하며 행사 카드로 20만·50만·100만원 결제 시 각각 1만·3만·6만원을 깎아준다. 최근에는 비상경영 태스크포스를 신설해 경영 개선에 나서고 있는 신세계DF는 지난 10월 면세점 일부 구역을 백화점으로 전환하며 영업 면적을 줄였다. 또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과 임원 급여 반납 등 고강도 비용 절감을 통해 적자를 줄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최근 외부 인재를 대표로 발탁하고 브랜드 로고와 사명을 교체하며 분골쇄신에 나섰다. 기존의 전통적인 면세점 이미지에서 벗어나 명품 브랜드 위주의 면세점을 꾸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또 인천공항점 럭셔리 브랜드의 할인 프로모션 마케팅을 적극 강화해 내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국내정세 불안, 중국인 여행객 감소 기조가 장기화·고착화되면 겨울방학과 설연휴·중국춘절 대목 영업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정 국가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경쟁력을 제고하고자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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