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긴급경영안정자금' 집행률 27% 그쳐…높은 요건 장벽
작년 예산 4500억 중 1200억 집행…3200억 용도 변경
정부 지정 '경기 침체 지역' 등서 매출 감소시 지원 대상
지원 요건 실효성 의문…중기부 "대상 되는 분들 소수"
허성무 의원 "요건이 과한 것 아닌지 실효성 확인해야"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시행하는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30% 집행되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경기 한파를 맞닥뜨린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사업을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지원 요건 장벽이 높아 정작 현장에서는 신청이 저조한 상황이다. 현실적인 지원 요건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뉴스핌>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더불어민주당·경남 창원시 성산구) 의원실을 통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편성된 4500억원 중 1200억원이 실제 집행됐다. 집행률은 26.6%에 불과하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일시적 경영애로를 겪고 있거나 자연·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5년 이내로 최대 10억원을, 또는 3년 이내로 최대 15억원을 지원한다. 일시적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기업에는 정책자금 기준금리에 0.5%포인트(p)를 더한 금리를 적용한다. 재해 중소기업에는 1.9%의 고정금리를 받는다.
그동안 정부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주력 사업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내세웠다. 앞서 중기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도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 등이 주요 안건에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해 사업 실적을 살펴본 결과, 편성 예산 4500억원 중 30%에도 못 미치는1200억원만이 현장에 공급됐다. 중기부는 나머지 3200억원을 용도 변경 등을 거쳐 다른 융자 사업 등에 편입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예산 편성을 해두고 계속 갖고 있으면 3200억원이 모두 불용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소상공인들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수요가 많은 다른 융자 사업으로 예산을 돌려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중기부는 남는 예산을 다른 융자 사업 등에 보태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훼손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행 실적이 기존 계획 대비 약 30%에 불과하다는 사실만을 두고 보면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신청이 저조한 이유로는 일시적 경영애로 부문의 '지원 요건'이 거론된다. 먼저 재해 중소기업 부문의 경우 '자연·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 존재한다. 자연 재난은 태풍·홍수·지진·대설 등을, 사회 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 등을 일컫는다.
일시적 경영애로에 해당하는 지원 요건은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한 기업', '대형 사고로 인한 피해 규모가 1억원 이상인 기업' 등이다. 다만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경기 침체 지역' 등으로 지정된 곳에만 해당 요건이 적용된다. 매출·영업이익 감소 요건 자체는 까다롭지 않지만, 적용 지역이 한정돼 있어 신청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매출 등이 10% 줄었다고 전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주는 게 아니라, 경기 침체 지역으로 지정된 곳 등에 한해 지원을 해준다"며 "이런 요건이 사실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들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보다 많은 소상공인들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요건 등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성무 의원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기가 최악인 가운데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분들이 사실상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요건이 과한 것은 아닌지 실효성을 면밀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