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공자 일화, 부정선거 유튜브까지···윤 탄핵 변론 전략 비교해보니

2025-02-26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 발언

국회 측 대리인단 9명 2시간 13분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8명 2시간 38분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마지막 변론은 탄핵청구인인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의 5시간에 걸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애초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윤 대통령을 제외하고 양측 대리인단의 변론을 각각 2시간으로 제한했으나 대리인단은 모두 17명의 변호사들이 줄줄이 변론에 나서면서 심판정은 사실상 ‘총성 없는 전장’을 방불케 했다.

국회 측, 사진·노래가사·고사 인용하며 대통령 파면 필요성 설득 총력

양측 대리인단은 각각 9명, 8명의 변호사들이 나섰다. 먼저 재판부 앞에 선 국회 측 대리인단에선 김이수·송두환·이광범 변호사를 비롯해 이금규·김선휴·이원재·황영민·장순욱·김진한 변호사가 ‘피청구인의 거짓말과 심판정 태도’, ‘부정선거 음모론 반박’,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역사를 알려줄 것인가’ 등 각각 다른 주제를 들어 탄핵 심판을 촉구했다. 이들이 8명의 재판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택한 전략도 사진, 노래 가사, 고사 등 다양했다.

김선휴 변호사는 “한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을 재판정 화면에 띄웠다. 2022년 6월 24일 6·25 참전용사에게 매달을 수여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김 변호사는 “이 메달의 이름은 ‘평화의 사도 메달’이다. 군인에게 부여된 최고의 의무는 평화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군대를 내란의 도구로 삼은 군 통수권자는 파면돼야 한다”고 윤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강조했다.

장순욱 변호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라며 가수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의 가사를 가져왔다. 그는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도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헌법을 파괴하는 순간에도 ‘헌법 수호’를 말했다. 이것은 아름다운 ‘헌법의 말’, ‘헌법의 풍경’을 오염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수 변호사는 논어의 안연편을 가져와 공자와 그의 제자 자공의 일화를 소개했다. 자공이 정치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자, 공자가 “예로부터 죽음은 모두에게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는 존립하지 못한다”고 한 구절을 인용했다. 김 변호사는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적용된다”며 “어느 정권이나 실수는 있다. 중요한 건 실정이 발생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원인을 분석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감정 호소와 부정선거 주장 전략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인 이동찬·김계리·차기환·도태우·송진호·조대현·정상명 변호사는 주로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김계리 변호사는 자신에게 14개월 된 아이가 있다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계엄을 보고) 나는 계몽됐다”고 급작스러운 고백을 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계엄 당일 무슨 사태인지 알아보려고 대통령의 담화문을 읽어봤다”며 “임신·출산·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더불어민주당의 패악을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 하려 했던 시간을 나눠서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중국 공작에 의한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나갔다. 이들이 증거로 제시한 건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시크릿’ 등의 영상 캡쳐본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기준 주한 중국인이 96만2191명이고, 선거 투개표 사무원이 외국인이라는 점도 문제삼았다.

“거대 야당 때문에 대통령이 발목이 잡혔고, 이들이 북한 등과 공모해 부정선거를 지시했다”는 낭설도 그대로였다. 도태우 변호사는 15분에 걸쳐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며 이 상황을 바꿀 것이 국가원수 지위에 있는 대통령의 결단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에 대해선 “선거관리시스템 점검 지시 통한 국민에 대한 간절한 호소”라며 “구멍이 나 침몰 직전의 상황을 모르는 배에서 화재 경보를 울려서라도 배를 구하고자 했던 선장의 충정이었고 정당한 행위였다”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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