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수는 약 3만 9천 개로 불과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사업의 확산에서 두드러지며 이에 따라 투자 유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타트업 세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분위기는 대외적인 수치와는 사뭇 다르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 투자 유치, 인력 확보, 마케팅 등등 저마다의 셀 수 없는 고민으로 오늘도 스타트업들은 냉혹한 시장 한 가운데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들의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그리고 그들이 시장에서 해야 할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다. 대기업이 할 수 없는 것들, 기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제시하고 이러한 과정이 결국 시장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직접 만나보려 한다. ‘헬로스타트업’이라고 이름 지은 헬로티의 고정기획을 통해 앞으로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창업스토리, 그리고 시장에서 어떻게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등 그들만이 얘기할 수 있는 스토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는 ‘헬로스타트업’의 첫 출발로 식자재 유통 시장의 디지털화를 이끌며 주목받고 있는 마켓보로의 임사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식자재 유통의 디지털화에 도전한 마켓보로
2016년 설립된 마켓보로는 식자재 유통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출발선에 섰다. 폐쇄적이고 정보 비대칭이 심했던 식자재 유통 시장에 IT 플랫폼을 도입하며 유통 과정을 혁신하고 있다. 임사성 대표는 과거 식당 운영과 유통 관리 IT 솔루션 사업 경험을 통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그는 “식당 운영자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거래를 원하고 유통업자는 디지털화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싶어한다”며 두 이해관계를 연결하는 것이 마켓보로의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겪었던 창업도전, 마켓보로라는 열매로
임사성 대표는 20대 중반부터 IT 솔루션 회사로 첫 창업을 시작했다. 개발자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후 1년 반 만에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했다. 이후 그는 총 여섯 번의 창업을 경험하며 다양한 성공과 실패를 겪었다. 그러던 중 임 대표가 식자재 유통 시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과거 식당을 운영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식자재 구매 과정의 비효율성과 정보 부족 문제를 직접 경험하며 식자재 시장의 혁신 가능성을 엿보았다. 임 대표는 “그때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마켓보로가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하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경험이 그에게 현재 마켓보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았던 식자재 시장, 그는 계속 두드렸다
식자재 유통 시장의 디지털화는 초기부터 높은 장벽에 부딪혔다. 시장의 전통적인 특성상 변화를 꺼리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직접 유통사 현장에 상주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유통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이 가져다줄 이점을 체감하도록 했다. 그는 “초기에는 설득 과정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를 보여주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마켓보로는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마켓보로의 플랫폼은 거래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마켓보로의 식자재 유통 시장 혁신 위한 키는?
마켓보로는 식자재 유통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플랫폼, ‘식봄’과 ‘마켓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봄’은 식당과 유통업체를 연결하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으로 식당 운영자들이 필요로 하는 식자재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신속히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상품을 나열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판매자별 가격 비교와 직배송 시스템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밤 11시 이전 주문 시 익일 배송이 가능하며 토요일과 공휴일에도 중단 없이 직배송을 지원하는 등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현재 식봄에는 약 2,700개의 판매자가 입점해 있으며 등록된 상품만 17만 개에 달해 국내 최대의 식자재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마켓봄’은 주로 유통업체를 위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솔루션으로 식자재 발주와 정산, 재고 관리를 간소화한다. 기존에는 수기로 처리되던 거래와 재고 관리 과정에서 많은 실수와 비효율이 발생했으나 마켓봄은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화를 통해 해결한다. 구매자와 판매자 간 거래 데이터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발주-정산-결제 프로세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업무 부담을 줄였다. 또 빅데이터 기반의 영업 분석 기능을 통해 유통업체들이 상품 판매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여 재고 관리와 매출 최적화를 지원한다. 이에 대해 임사성 대표는 "마켓봄은 단순한 유통 관리 시스템을 넘어 유통업체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디지털화의 다음 스텝은 식자재 유통 밸류체인 재편
마켓보로는 단순히 식자재 유통 시장의 디지털화에 머물지 않고 시장 전체의 밸류체인을 재편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전략은 궁극적으로 생산자, 유통업체, 물류업체, 식당에 이르는 전체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최소화하고 거래 투명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큰 화제가 됐던 CJ프레시웨이와의 협업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CJ프레시웨이가 확보하고 있는 대규모 물류 네트워크와 마켓보로의 IT 플랫폼을 결합해 식자재 유통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디지털화와 물류 네트워크의 결합은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전체의 비용 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사성 대표가 예비 창업자들에 전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으로 임사성 대표에게 예비 창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는 두 가지 핵심 조언을 말했다. 첫째는 시장 요구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다. 임 대표는 “성공적인 창업의 시작은 창업자의 개인적 흥미보다는 시장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여러 차례 창업을 통해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사업 모델을 구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조언은 사명감을 가지고 지속해서 도전하는 것이다. 창업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끊임없는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강한 사명감이 없으면 중간에 포기하기 쉽다. 임 대표는 마켓보로의 초기 시절 자금난을 겪으며 어떻게든 급여를 충당하면서도 회사를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을 밝히며 강한 사명감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자신과 팀이 없으면 이 시장을 혁신할 대체자가 없다는 신념이 마켓보로의 어려웠던 시기를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었다고 설명하며 “예비 창업자들이 강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길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