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21년 서울시장 선거 앞 통화내용 특정
오 시장 “거기 있으면 어떡하냐” 채근하는 육성
당시 명씨가 주변에 ‘스피커 통화’로 들려줘
오, ‘관계 끊었다’ 해명과 달리 ‘의지 관계’ 보여
오 시장 후원자는 “돈 든 게 얼만지 아냐”
명씨 측 여론조사 결과에 항의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로 빨리 올라오라”고 채근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검찰은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돈 든 게 얼만지 아냐”면서 명씨 측 여론조사 결과에 항의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오 시장이 김씨를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9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지난 6일과 7일 명씨와 사건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명씨가 오 시장과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했다. 명씨는 “202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과 ‘한 뼘 통화’(스피커 통화)로 대화를 나눴다”며 “당시 차에 동승했던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의 김태열 소장이 이를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오 시장과 명씨가 나눈 통화내용도 특정했다. 당시 명씨는 오 시장이 “지금 거기 어디냐. 빨리 지금 서울에 올라오셔야지 거기 있으면 어떡하냐”고 채근하는 육성을 주변에 들려줬다고 한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명씨가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해 (관계를) 끊어냈다”는 취지로 해명해왔는데, 오히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의지하는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또 검찰은 지난 6일과 7일 김영선 전 의원을 조사하면서 김 전 의원이 오 시장, 명씨와 함께 여러 차례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 전 의원은 이들과 만난 시점이 오 시장이 출마를 선언한 ‘2021년 1월17일 이후’라고 진술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와 1월부터 사이가 안 좋아졌고, 2월 중순 관계를 끊어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오 시장과 명씨가 2월 이후에도 만남을 가졌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를 대납한 의혹을 받는 김한정씨가 미한연 여론조사 결과에 항의하는 전화를 했다고도 진술했다. 김씨가 오 시장이 뒤처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XX 돈 든 게 얼만데 이렇게 나오면 어떡하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미한연이 2021년 3월12일 조사한 비공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4.6% 우세한 결과가 나왔지만 오 시장이 3.4% 우세한 것으로 조작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명태균 게이트’를 폭로한 강혜경씨와 김 전 의원, 김 소장 등 관계자들을 줄소환해 오 시장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해 김씨를 통해 여론조사 비용 2000만원을 대납하겠다고 직접 말했다는 명씨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명씨는 기본적으로 모든 통화를 녹취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런 통화가 있으면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 관계자들이 다녀간 뒤 명씨가 오 시장을 엮고 있다”면서 “반복되는 명씨 주장에 (오 시장 입장을) 확인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