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들이 올 상반기 한방치료로 청구한 보험금이 1인당 107만원 가량으로, 양방 치료의 3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보험금 청구로 전체 자동차보험료가 오르지 않도록 정부는 장기 치료시 타당성을 입증하는 제도를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행한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KB 등 3개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상반기 자동차사고 중·경상 환자의 한방치료로 지급한 전체 보험금은 1인당 114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늘어났다. 반면 양방치료로 지급된 전체 보험금은 1인당 70만8000원가량으로 3.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방치료로 나가는 자동차보험금 규모는 그간 매년 급증했다. 총 치료비 대비 한방치료비의 비중은 2015년 23%에서 지난해 59.2%로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경상환자들이 청구하는 보험금 규모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경상 환자들의 양방진료시 1인당 보험금 청구는 32만3000원에 불과했으나 한방 진료시 107만원으로 차이가 3배 가량 났다.
경상환자에게 지급되는 전체 보험금도 양·한방 차이가 컸다. 올 상반기 손보 3개사가 한방치료를 받은 경상환자들에 지급한 보험금은 약 4131억원으로, 양방 치료비(1014억원)의 4배 이상이었다. 손보사에 보고된 과거 사례 중 접촉 사고로 경추와 요추를 삐끗한 40대 후반 남성이 4일의 입원과 548일의 통원 치료로 약 1940만원의 치료비를 청구한 사례도 있었다.
한방치료비가 양방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오는 배경으로는 침·뜸·부항·추나요법 등 많게는 6~7가지의 치료기법을 동시에 처방하는 ‘세트청구’가 지목된다. 통원치료하는 한방진료비 중 세트청구의 비중이 2020년 47.5%에서 2024년 68.2%로 급격히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 및 건강보험심사평원 세부 심사지침상 ‘한방 세트‘ 시술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한방을 중심으로 한 과잉진료는 자동차보험금 누수 문제를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전체가 인상되는 악순환을 부른다는 점에서 문제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손보 4개사의 경우 2022년 상반기 76.7%에서 올해 상반기 82.6%로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면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자동차사고 피해자에 대한 적정 치료를 보장하되 통상적 수준을 넘어선 치료를 할 경우 타당성을 입증하는 제도를 지난달 입법예고 마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시행한다.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하는 장기 치료를 희망하는 경우,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토록 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장기치료시 보험사에 추가 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조항은 보험 가입자들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보험사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의계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제도 개선의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