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보험업계, 신사업 활로 '기대감' 고조

【 청년일보 】 신탁업 등 자산운용 관련 제도개선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도입됐다. 보험금도 신탁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제도개선이 신사업의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신탁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보험사의 경우 신탁 수수료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현재 신탁이 가능한 사망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역시 보험상품의 활용성이 늘어난 만큼 고객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도입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3천만원 이상 일반 사망보험에 가입한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업자(은행·보험회사·증권사)가 운용·관리하고, 해당 계약자가 사전에 요청한 바에 따라 보험금을 신탁 수익자(직계존비속·배우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보험사 중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취득한 곳은 삼성·교보·한화·미래에셋·흥국생명 등 5개사다.

지난 12일 삼성생명과 흥국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의 1호 고객은 50대 여성 CEO로,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흥국생명과 보험금청구권 신탁 1호 계약을 체결한 50대 남성 기업 임원은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했다.

교보생명도 지난 12일 5건에 이어 13일 7건으로 이틀 동안 총 12건의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신사업으로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보유한 보험사의 경우 수수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상속재산의 일부인 보험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만큼 사망보험 가입 수요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신탁시장의 규모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0개 신탁사의 총 수탁고는 1천310조원으로 전년 동기(1천223조원) 대비 86조8천억원 늘었다. 또한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3조원에 달한다. 보험금 신탁 수수료는 보험 계약 금액의 1%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기존 사망보험 상품에 새로운 서비스를 부가한다는 점에서 신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보험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 가입자가 사망 시 재산의 일부인 사망보험금을 원하는 대로 처분하도록 한 만큼 소비자 편의를 높일 수 있어 보험가입 유인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둘러싼 은행 및 증권사와의 경쟁 구도에 대해 비교적 낙관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 검토 등에 필요한 보험계약 정보를 보유한 만큼 타 업권보다 더 신속히 절차를 수행할 수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고객 입장에서도 일반적으로 보험금을 은행이나 증권사 등으로 이전하는 번거로움을 거치기보다 보험사에서 그대로 신탁을 수행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망보험에 보험금 수탁이라는 새로운 기능이 부가된 만큼 향후 고객 유치와 종신보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는 성장이 정체된 생보업계에 신사업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신탁 가능한 보험금 종류가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신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