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l 한 캔에 알코올 도수 9% ‘달달한 과일주’
일본 젊은층 알코올 중독 ‘관문’이란 분석

“달달하고 저렴하니 빨리 먹고 빨리 취할 수 있다”
일본 산토리사의 달달한 캔 과일주 ‘스트롱제로(Strong Zero)’는 현지 젊은층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500ml 한 캔에 알코올 도수 9%로 가격은 편의점에서 230엔(2300원)이다. 저가형 마트에 가면 100엔으로도 살 수 있다. 싸고 맛있고 도수가 높다 보니 빨리 먹고 빨리 취하는 술로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스트롱제로’를 비롯한 다양한 과일주가 젊은 층의 알코올 중독 사례를 늘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어디서든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이 술은, 소주 0.78병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담고 있으면서도 과일향 덕분에 단맛이 강해 술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낮춘다는 점에서 ‘위험한 음료’로 지목된다.
달고 싸고 잘 넘어간다…‘술 같지 않은 술’의 위험성
스트롱제로는 원래부터 도수 높은 주류다. 하지만 복숭아, 레몬 등 과일 맛이 첨가되며 알코올 특유의 쓴맛이 가려진다. 덕분에 “달고 꿀떡꿀떡 넘어가는 술”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도수가 높고 가격까지 싸다 보니 자연스레 청년층과 저소득층 사이에서 ‘가성비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한 캔으로 모든 근심을 씻어내는 듯한 강렬한 취기로 인해, SNS에서는 이른바 ‘스트롱제로 문학’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 술은 문화도 문학도 아닌, 단지 돈 없는 이들을 구원하는 복지”, “24시간 편의점에서 단 100엔으로 마실 수 있는 마약” 이란 표현은 술이 단순한 음주의 범주를 넘어, 사회적 외로움이나 빈곤, 무기력함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SNS 릴스 영상 등에서는 “한 캔만 마시라”는 경고와 함께, 스트롱제로를 마신 뒤 시부야 거리 등에 쓰러진 젊은이들 모습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일본 매체 문예춘추는 일부 젊은 여성은 스트롱제로를 스트로(빨대)로 마시며 “빠르게 취할 수 있는 수단”으로 소비하고 있어 약물 중독과 유사한 형태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과일향과 단맛으로 무장한 고도수 주류가 알코올에 대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알코올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의 의존과 중독 문제를 일으키는 ‘첫 관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