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팩트다
2화: 대안 정치 소통 플랫폼
2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 참치 탈을 쓴 20대 청년 대여섯 명이 오가는 시민들 사이로 팻말을 들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입고 있는 티셔츠 뒷면의 문구가 강렬하다.
‘여기’서 대선주자랑 키배(키보드 배틀) 뜨다가 실친(실체 친구) 됨
대통령 후보가 내 말 듣고 정책 바꾸는 기이한 현상

강남 한복판에서 이들은 ‘참(된) (정)치 잡이’에 나서고 있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지나며 진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진영 수호를 자처한 정치 투사만 남은 모양새다. 맹렬한 지지와 강한 저항 커뮤니케이션만 작동하는 소셜미디어 풍토에 중도 유권자들은 설 곳을 잃고 있다. 꺼내고 싶은 목소리가 있어도 어떤 창구를 통해야 할지 불분명하다. 이들을 담는 그릇은 어떻게 만들까.
이런 물음에 대안 정치 소셜미디어 플랫폼 만들기에 나선 이들이 있다. 진영과 관계없이 누구든 들어와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말하고 건강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치인·유권자 간 직접 소통이 이들이 만든 플랫폼의 핵심이다. ‘참치’ 플랫폼을 만든 정치 스타트업 참치상사의 최동인(23) 대표와 직원은 이날 자신의 플랫폼을 알리는 거리 홍보 행사를 진행하며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유권자의 한마디’를 취합했다. 길거리 시민의 목소리를 각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을 이끄는 구성원 자체도 정치 스펙트럼이 넓다. 간첩법 개정에 부정적인 정당에 강한 반기를 드는 사람, 좌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 편집 일을 돕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정치 성향을 지닌 이들이 함께 꾸려 나가고 있다.

참치상사는 지난달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협업해 ‘준스톡’이라는 앱을 내놓기도 했다. 1대1 채팅, 라이브 방송, 실시간 후원 등 메뉴 구성은 소통 플랫폼 ‘참치’와 유사하다. 이 후보의 전체 후원 중 65% 이상이 이 앱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성과를 발판 삼아 ‘참치’ 플랫폼에 대한 기대도 적잖다. 다음 달께 실제 6·3 대선주자가 합류한 채팅방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곳곳에서 ‘참(된) (정)치’를 낚으려는 이들이 활동 중이다. ‘참치상사’뿐 아니라 ‘뉴웨이즈’ 등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선진 정치 문화를 만드는 데 마중물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을 만났다.
지난해 씁쓸히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국내 최초 정치 소셜미디어 스타트업 창업자의 소회도 담았다. 그가 요즘 구상하고 있다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드는 시민의 대리인’ 청사진도 들어봤다. 우선, 참치상사부터 들여다보자.
여의도가 전부는 아니다
‘참치상사’ 시작은 지난해 4·10 총선이었다. 최 대표는 당시 아버지인 최기식 국민의힘 의왕·과천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면서 본인이 겪은 정치 소통 문제점을 기술로 해결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제대로 도달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스팸성 선거 문자, 비방과 질타가 주가 된 현수막 정치 등 종전의 정치 소통 방식이 최 대표에게는 저효율의 집합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