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방안은 증설 뿐'···대대적 설비 투자 나선 제약바이오

2025-02-23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나섰다. 생산시설을 신설해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증설을 통해 기존 제품의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경쟁이 심화되며 캐파(생산능력) 확충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큰 투자금액이 집중된 분야는 위탁개발생산(CDMO)이다. 주요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공언한 2032년까지의 투자 총액만 단순 합산 시 13조원을 넘어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인천 연수구 소재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부지에 5공장을 짓고 있다. 2023년 4월 착공한 18만L(리터) 규모의 5공장은 오는 4월 완공 예정이다. 완공 시 삼성바이오는 총 78만4000L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5공장은 삼성바이오 제2바이오캠퍼스에 들어서는 첫 시설로, 삼성바이오는 이어 6~8공장까지 추가로 세 개의 공장을 더 지을 예정이다. 5공장 투자 금액만 1조9800억원으로, 5~8공장 건설에 소요되는 총 비용은 2032년까지 7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8공장까지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능력은 132만4000L까지 확대돼 이른바 '초격차 전략'의 핵심인 압도적 생산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CDMO 추가 증설은 필수적일 것"이라면서 "작년 론자의 로슈 설비 인수도 CDMO 수요 호조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했다.

비교적 최근 CDMO 사업에 진출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송도 바이오캠퍼스에 36만L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1공장은 2027년 1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3기 건설에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한 셀트리온은 국내에 최대 30만L 규모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투자금액은 2조~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절반은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현지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열고 "CDMO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1차 투자금액이 1조5000억원가량 필요한데 모두 내부 자금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은 CDMO 공장 신설뿐 아니라 기존 공장 증설에도 나선다. 회사는 이달 신규 완제의약품(DP) 공장 착공허가를 획득해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했다. 기존 제1공장 인근 부지에 연간 약 800만개의 액상 바이알을 제조할 수 있는 규모의 DP 공장을 짓는다. 완공 시 총 연간 1200만개 액상 바이알 제조 규모를 갖추게 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생산역량과 원가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회사 성장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팜테코, 경보제약, CMG제약 등도 CDMO 사업을 위한 신공장 건설에 나선다. SK그룹의 의약품 CDMO 자회사 SK팜테코의 국내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약 3400억원(2억6000만달러)을 투자해 세종시에 저분자·펩타이드 생산 공장을 신축한다. 2026년 말 가동을 시작할 예정으로 연간 생산량이 수십 톤에 달하는 8개의 생산 트레인이 설치된다.

종근당홀딩스의 원료의약품 자회사 경보제약은 ADC(항체-약물접합체) 공장 신설에 855억원을 투자한다. 투자기간은 내년까지로, 공장 설립은 올해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종근당은 ADC 신약 개발을 맡고, CDMO는 경보제약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케미칼의약품·항암제·세파계 항생제 원료약 사업이 중국·인도 원료약 기업과 가격 경쟁 과정에서 수익성이 점차 낮아진 관계로 고부가가치 사업인 ADC CDMO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CMG제약은 차바이오텍·차케어스와 함께 판교 제2테크노밸리 CGB(Cell Gene Biobank) 건설에 나섰다. CGB에는 CDMO 생산시설 및 cGMP(우수의약품생산규격) 제조시설, 줄기세포 바이오뱅크 등이 들어선다.

CGB 건설에 따른 총 투자 비용은 1444억원으로, 판교 제2테크노밸리 산업시설 토지 취득에 339억원, CGB 공사 도급계약에 1105억원이 투입됐다. CGB 공사 도급계약에 CMG제약이 442억원, 차바이오텍이 552억5000만원, 차케어스가 11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전통제약사와 바이오텍 역시 시설 투자에 나섰다.

바이오플러스는 지난해 12월 31일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신공장 건립 투자기간 종료일을 기존 2024년 12월 31일에서 이달 28일로 변경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투자비용을 768억원에서 879억원으로 증가시킨 바 있다. 기존사업 확대에 더해 바이오 의약품 등 신사업분야 진출에 따른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옵투스제약은 총 86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시 오송에 제2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투자기간은 지난해 3월부터 2026년 9월까지로, 생산 능력 확대 및 자동화 설비 도입 등을 통해 생산 효율을 증가시킬 거란 계획이다.

펩트론은 내년 준공 목표로 신공장 건립에 나섰다. 650억원을 투자해 펩타이드 기반 약효지속성 의약품 생산 목적의 신공장 건립에 나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GMP 기준에 맞춰 건립해 연 최대 1000만 바이알의 약효지속성 의약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638억원을 들여 세종시에 6000억원 규모 케파 신규 공장을 설립한다. 세종시 전동일반사업단지에 약 8000평(2만6447㎡) 규모의 의약품 생산공장 부지를 매입했고,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량신약 매출 증대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알테오젠은 최근 공장 건설과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5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나섰다. 이중 550억원이 국내 생산 공장 신설과 본사 이전에 사용된다. 신설 공장에서는 현재 해외에서 위탁생산(CMO) 중인 'ALT-B4'의 일부 물량이 직접 생산될 예정으로, 해외 CMO 업체를 보조해 제2공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뉴팜은 429억원을 들여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약공단 소재 GMP공장을 증축한다. 주사제 및 고형제 생산 증대를 위한 시설투자로, 대한뉴팜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향남프로젝트 1·2·3'의 일환이다. 2027년부터 정식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공격적인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 이유는 기존 의약품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업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경쟁이 치열해지며 설비 투자를 통한 경쟁력 확보 추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된 경보제약의 경우처럼 중국·인도 등 해외 기업과 원료약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자, 신사업인 바이오 CDMO에 진출하는 예도 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력보다는 품질 경쟁력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바이오 CDMO 분야 역시 생산능력 우위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CDMO 사업도 결국 글로벌 제약사와 맺는 위탁사업으로, 경쟁사가 마진율을 더 낮게 제시하면 국내 기업이 재계약을 못 할 수도 있다"면서 "캐파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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