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인수 후 10년, 홈플러스 '실적도 외형도 쪼그라들었다'

2025-02-11

[비즈한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MBK)는 2015년 9월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홈플러스는 MBK에 인수된 후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홈플러스의 외형도 과거 대비 축소됐다. 부진한 실적 탓에 MBK의 홈플러스 매각 작업도 순탄치 않다. MBK는 홈플러스 분할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MBK의 밀실 매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 노조)는 당시 “MBK가 홈플러스의 지속경영과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점에 우려한다”며 “MBK는 직원과 여론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노조와 대화에 나서고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기를 촉구하고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광일 MBK 부회장은 당시 “홈플러스 직원들의 현재 고용 조건과 단체교섭 동의를 존중하며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홈플러스의 인력은 크게 감소했다. 조혜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변호사는 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했을 당시 직접고용 인원은 약 2만 500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약 1만 9500명으로 감소했다”며 “홈플러스는 임금을 동결하고 자연 감소한 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인력 감소는 업계의 공통적인 상황”이라며 “대형마트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매출이 감소해 인력 수요가 줄어 대형마트 3사 모두 임직원 수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강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 1월 9일 “최근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인원수 제한 없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자발적 퇴직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는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며 “인위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사측 주장과 달리 사실상 강압적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점포 수도 크게 줄었다. 홈플러스 점포 수는 2015년 말 기준 141개에서 현재 126개로 줄었다. 10년간 10.6%의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홈플러스 주장대로 다른 마트도 직원과 점포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이마트 점포 수는 2015년 말 156개에서 현재 131개로, 같은 기간 롯데마트 점포 수는 117개에서 111개로 감소했다.

문제는 실적이다. 홈플러스는 MBK에 인수된 후 실적이 하락세에 있다. MBK에 인수되기 전인 2014 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2월)에 홈플러스 매출은 8조 5682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MBK에 인수된 후로는 한 번도 매출 8조 원을 넘긴 적이 없다. 가장 최근인 2023 회계연도(2023년 3월~2024년 2월)에는 6조 9315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2021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부터 2023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홈플러스의 외형도 축소됐다. 홈플러스의 자본총액은 2015년 2월 말 2조 2958억 원에서 2024년 2월 말 2653억 원으로 9년 새 88.4% 감소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러한 홈플러스의 실적 하락 책임이 MBK에 있다고 평가한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홈플러스는) 대주주 변경 이후 자산매각 등을 통한 인수금융 상환을 우선과제로 삼았으며 설비투자 규모를 크게 축소해 점포당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자체 집객력이 저하됐다”며 “최근 식품 위주 매장구성 변경 등을 통해 점포당 매출액과 집객력이 다소 회복됐지만 높은 고정비 부담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마트의 경우 2015년과 비교해 외형과 실적 모두 크게 성장했다. 이마트는 2015년 13조 63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최근 몇 년간은 연매출이 20조 원이 넘었다. 실적을 보면 2023년은 영업손실 469억 원으로 주춤했지만 2024년 1~3분기 영업이익 1242억 원으로 다시 실적이 상승세다. 자본총액은 2015년 말 7조 2394억 원에서 2024년 9월 말 13조 3689억 원으로 늘었다.

무엇보다 이마트는 자본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 투자에 대한 평가가 좋지는 않지만 적어도 외형 확장에는 성공했다. 롯데쇼핑 역시 롯데그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

이마트만큼은 아니지만 ​홈플러스도 투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는 최근 몇 년간 일부 점포를 식품 특화 매장인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식품 부문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진출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오프라인 유통 업체인 홈플러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가시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홈플러스는 저조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인해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에 따른 높은 고정비 부담, 고객 확보를 위한 판매관리비용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영업흑자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홈플러스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MBK가 몇 년 전부터 홈플러스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인 홈플러스를 인수할 곳은 많지 않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에 7조 2000억 원을 투입한 만큼 그보다 낮은 값에 매각할 수도 없다.

이에 MBK는 지난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부문의 분할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중국 알리나 쿠팡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관심을 보인다는 말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홈플러스 내부에서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점포를 따로 분할해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분할 매각은 근거 없는 사실”이라며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각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그 외에 인수합병(M&A) 관련해서는 어떻게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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