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러버’ 정인선 “정해진 운명의 상대? 이것을 깨는 게 운명이죠”

2024-10-21

흔히 젊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물어보는, 과거의 혈액형부터 지금의 MBTI까지, 이런 요소는 일종의 ‘운명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타로나 신점, 사주팔자의 경우도 그렇다. 어떤 수치화된 것이 이미 한 사람의 인생에 정해져 있으며, 이것이 그 사람의 앞으로도 내다볼 수 있게 한다는 결과물이다.

TV조선의 드라마 ‘DNA 러버’는 이러한 세계관의 최첨단에 있는 작품이었다. 만일 한 사람의 형질이 DNA에 새겨져 있고, 이것을 통해 타고난 성격과 취향 그리고 건강, 정신상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배필까지 찾을 수 있다면? 배우 정인선이 출연한 ‘DNA 러버’는 DNA로 사랑을 찾으려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처음에 감독님을 뵙자마자 여쭤봤던 것이 있었어요. ‘과연, 이걸 믿고 가도 될까요? 소진이처럼 가도 될까요?’하고요. 사실 DNA로 이렇게 짝을 찾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거든요. 대본이 빨리 읽히고, 재밌어서 저도 모르게 웃게 됐어요. 소진이의 캐릭터도 마치 ‘탱탱볼’ 같아서 매력적이었고요.”

정인선은 극 중 유명 유전자센터의 연구원 한소진 역을 맡았다. 각종 유전자들을 이용해 VIP 고객들의 유전적 탈모 등 질병을 연구한다. 거기에 인간의 성격이나 본성 더 나아가 운명 역시 유전자가 결정한다고 생각하고 연구에 매달린다. 그의 모습은 꼬인 ‘히피펌’ 스타일의 머리와 함께 ‘괴짜’로 인식되기 충분하다.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각종 참고 이미지를 모아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의 상의에 들어갔어요. 장피에르 죄네 감독의 영화 ‘아밀리에’에 나오는 주인공의 머리스타일을 참고했고요. 전체적으로는 로베르트 비네 감독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칼리가리 박사 느낌이 났으면 했어요. 괴기스러운 캐릭터지만, 한 눈으로 봐도 ‘쟤, 뭐야. 이상해’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죠.”

그렇게 운명을 철석같이 믿고 있던 한소진의 옆에는 두 남자가 나타난다. DNA로 완벽하게 배필임을 믿게 했던 산부인과 의사 심연우(최시원)와 소방서 구조대원으로 우직한 성격의 서강훈(이태환)이다. 운명의 상대와 갑자기 치고 들어온 상대. 드라마는 ‘사랑에 있어 운명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최)시원 오빠에게는 다재다능함, 명석함 등의 이미지가 있었어요. 원래 차갑고 이성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알록달록한 사람이었어요. 24시간이 모자라게 사시는 것 같은 정말 열심히 사시더라고요. 연기와 슈퍼주니어 활동도 하면서 승마대회도 준비하고, 요트 운전면허도 따신대요. 연기에서도 만능처럼 느껴졌어요. (이)태환이는 외형에서 나오는 아우라도 있지만, 4살 차이가 나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든든했죠. 항상 믿고 지켜주니까 저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정인선에게 ‘DNA 러버’는 존재할까. 이는 다른 질문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당신은 사랑에 있어 운명의 존재를 믿습니까’ 또는 ‘사랑에 있어 당신에게 운명의 존재란 무엇입니까’.

“중간에 소진이와 연우가 ‘DNA 러버’가 아니라는 부분이 판명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럼 둘이 끌리는 건 무엇 때문일지 의문이 남겠죠. 각자의 연애관이 있지만 만나서 이를 잊을 만큼 즐겁다면, 이게 운명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질문으로는 연우가 ‘운명’이냐, 강훈이 ‘운명’이냐라고 할 수 있겠죠. 저의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정해진 부분이 있는데 이를 갑자기 깨뜨릴 수 있는 존재가 불시에 나타나는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2022년 방송된 SBS ‘너의 밤이 되어줄게’ 이후 정인선은 2년 정도 작품의 공백이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추진 중인 작품의 편성이 무산되거나, 작품 자체가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시간 속에서 ‘어떤 배우가 돼야 하나’ 사색의 시간은 깊어졌다. 온전히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지내온 2년이었다.

“20대 초반까지는 저를 위해 연기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할 때 ‘나는 어두운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대체로 그런 연기를 하다, ‘한공주’를 만났죠. 저 스스로를 제가 정의하는 일이 조심스럽다는 것도 알았어요. 뭔가 충동적인 역할을 하면 ‘아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했던 것도 그 당시였어요. 당시라면 소진이 역할이 왔을 때 망설였겠죠. 이제 서른이 넘었고, 여기가 기준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다시 정의하고 싶은 기준점이죠.”

그는 한때 ‘골목식당’으로 함께 했던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열심히 봤다. ‘여전하시다’ 생각했다. 정인선이 곁에서 봤던 백종원은 많이 알고 있지만, 끊임없이 좋아하는 일을 연구하고 사랑하던 모습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 권태기가 안 보이는 백종원의 모습에서 그는 큰 영감을 얻었다.

“저도 백종원 대표님의 모습처럼, 굳건하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고, 열심히 좋아하고 노력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대표님처럼 카리스마도 생겨날 거예요.”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