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구속 취소 바람직한 결과
법원 판단 존중이 민주주의의 기본
이재명 대표, 불안하고 위험한 정치인
38년 지속된 헌법 개정 반드시 필요
거대 야당의 폭거 막을 시스템 없어
명태균 수사, 檢이 부르면 적극 협조
토허제 해제로 집값 급등? 반년은 봐야
비정상적 상승 땐 다시 규제할 여지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과 즉시 석방 조치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매우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결과”라고 환영했다. 오 시장 측은 “법원의 적법한 판단이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이 같은 원칙이 무너진다면 국가의 질서도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초읽기’에 들어간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해 “헌재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그 이후로는 나라가 통합과 화합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혹여 조기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는 ‘불안하고 위험한 정치인’이라는 게 오 시장 평가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한 적 있는 오 시장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에 대해 “(당선이 되더라도) 5년 뒤면 재판이 재개될 텐데, 그런 심리상태에서 하는 통치가 합리적이겠는가”라며 “이를 국민은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1987년 이후 40년 가까이 지속돼 온 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비대한 의회 권력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정을 가볍게 생각하는 야당의 폭거가 가능했던 게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라며 “제왕적 대통령보다 더 힘이 센 ‘제왕적 야당 대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오 시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수사에 대해 오 시장은 “검찰이 부르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결론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알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음은 6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의 대면 인터뷰와 9일 서면 보충질의를 통해 진행된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

―윤 대통령 석방은 환영했지만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잘못됐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왜인가.
“대통령이 ‘국정을 더 이상 정상적으로 이끌어가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는 바탕이 됐을 것이다. 민주당은 29번의 탄핵을 통해 정부 기능을 거의 무력화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다만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과잉 방어’란 표현을 썼었다. 상대방의 도발에 도를 넘어 군을 동원하는 형태로 반응을 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보수·진보 진영 간 대결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분열된 국론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지금 여론이 반으로 분리돼 있는데, (양측 모두) 감정이 굉장히 고양된 상태다. 이럴 때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의 언어가 중요하다. 자극을 할 수 있는 분열과 증오의 언어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나든, 그 이후로는 정치인과 오피니언 리더 모두 통합과 화합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합 방안은 ‘비정상의 정상화’다. 많은 국민이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비롯된 정치적 혼란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정치적 혼란 때문에 경제 사정도 매우 어렵다. 정치의 정상화를 통해 경제를 살려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폭발적으로 터져나올 것이다.”

―시장께선 가장 먼저 개헌 필요성을 꺼낸 여권 인사이기도 하다. 왜 개헌인가.
“3개월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국민들은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의회 권력과 통치 권력의 충돌이다. 우리는 그간 본능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이야기해왔지만, 의회가 180석 정도를 확보를 하게 되면 ‘제왕적 야당 대표’가 돼 못 할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국정을 가볍게 생각하는 야당의 폭거가 가능했던 것은 시스템의 부재 때문이다. 이것을 제도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 제도를 규정하는 것이 헌법이라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도 지나치게 권한이 많다고 하니, 저는 이번 기회에 지자체에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을 줘 지방권력 간 경쟁으로 정체 상태에 빠진 경제가 성장하게 하자는 해법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 권력에는 조정 권한을 가진 책임 총리를 만들면 대통령의 권한은 상당히 축소될 것이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대통령이 모든 내치의 권한은 내려놓는다는 각오로 통치 구조를 재정비하자는 게 개헌의 골자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조기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가장 앞서 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재명 대표는 한마디로 불안하고 위험한 정치인이다. 불안하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저 사람의 진심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게 불안의 핵심 이유다. 정치인에 대한 판단은 그의 행보를 보고 하라는 말이 있다. 이 대표가 지금은 중도의 표가 필요하니 중도우파를 이야기하지만 걸어가는 길은 과거의 민주당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 현재 평가다. 실제 정책을 펴는지는 어떤 법안을 만들어서 통과시키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위험하다는 건 심리적인 안정이 정치를 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여러 범죄혐의를 받고 있고 유죄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판이 중지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나. 5년 뒤면 다시 재판이 재개될 텐데, 그런 심리 상태에서 내리는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일까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혹시 조기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울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장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상대방이 위험하고 불안한 후보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 최선이 ‘빅텐트’다. 우리 당에 강성 보수, 온건 보수 등 여러 종류의 보수가 있지 않나. 그것을 묶어내는 정치력이 관건이 될 것이다. 모든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다 합심하고 협력해서 대선을 치러야 이기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보수 지지층들은 조기선거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여론조사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최근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5% 달성을 제시했는데 구체적 근거는. 그리고 ‘KOGA(Korea Growth Again·다시 성장하는 대한민국)’ 등 요즘 화두로 내건 ‘다시 성장’ 방안에 대해 설명해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이 추구하는 최고의 성장률이 3%다. 실질적으로 인플레이션까지 해서 ‘5% 경상성장률’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2%대 성장률에서 올해는 1%대까지 내려온다는데, 3% 정도는 성장을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다. 아울러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든 각종 제도가 이제는 규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것을 과감히 철폐하는 게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세금 제도, 금융 시스템의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다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 개혁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선순환 투자가 맞물려 함께 이뤄질 때 시너지 효과를 이뤄 비로소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이르면 이달 출간하는 ‘다시 성장이다’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고 왜 지금 출간하는가.
“부제는 ‘오세훈의 5대 동행, 미래가 되다’이다. 그간 서울시정을 통해 강조해 온 5대(도전과 성취·약자·미래세대·지방·국제사회) 동행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철학을 담았다. 한마디로 혹여 ‘오세훈이 집권한다면 이런 나라가 되겠구나’라고 짐작하는 안내서 성격도 있다. 아울러 책에 규제로 작동하는 낡은 제도를 과감히 철폐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500조원 규모의 ‘다시 성장’ 펀드를 조성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겠다.

―서울시 규제철폐의 일환인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이 급등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토허제가 도입된 지 5년이다. 그간 집값 상승 잠재력이 있는 곳을 눌러놨기 때문에 규제를 해제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히 예상되는 효과다. 현재는 호가 수준으로, 토허제의 영향을 보려면 6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저희 판단이다. 더 이상 집값이 오를 동력은 없다고 보고 있으나, 6개월 이상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되면 또다시 규제를 할 여지도 있다. 그런 가능성을 놓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입장은.
“다행스럽게도 검찰이 지금 수사에 속도를 올리는 게 보인다. 저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제일 나쁜 것이 사건을 그냥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이 강제 수사를 시작했고 마무리하려면 조만간 저도 조사를 해야 될 것이다. 저는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고, 기다리고 있다. 말을 많이 할 필요도 없고 결론이 나오는 걸 보면 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명태균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저에 대해 극도로 감정이 안 좋기 때문에 극악무도한 언어만 남아있다. 거기에 신빙성이 있는가?
대담=송민섭 사회2부장, 정리=이병훈·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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