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인 전기차와 태양광 등 청정 에너지에 대한 세제 혜택 조기 종료에 속도를 높이면서 국내 관련 업계도 현지 사업 차질을 우려하며 비상이 걸렸다.
미 상원은 28일(현지 시간)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Act)’에 대한 절차 표결을 진행해 찬성 51표, 반대 49표로 가결했다. 절차 표결은 발의된 법안을 토론·표결 등 다음 절차로 넘길지를 결정하는 단계로 법안 처리의 첫 번째 관문이다. 이로써 미국에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세법 개정이 중심인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와 불법이민 단속 강화 등 주요 국정 의제가 망라돼 있지만 전기차·태양광 등에 대한 세제 혜택 종료 일정 등도 담겨 국내 산업계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정안은 전기차 구매 시 지원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의 종료 시점을 올 연말에서 오는 9월 말로 앞당겼으며 중고차와 상업용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던 보조금도 9월 30일에 중단하도록 했다. 또 태양광·풍력 등에 제공해온 세액공제 혜택의 종료 시점 역시 연말에서 9월 말로 당기는 한편 관련 사업이 2027년 말까지 운영되고 있어야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및 태양광·풍력 사업을 벌이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엑스(X)에 “(세법 개정안은) 미국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강력 비판했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아직 착공되지 않은 모든 풍력·태양광 프로젝트에 세금 부과를 확대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다른 엑스 이용자의 비판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3월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9 등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세액공제 대상에서 빠지면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태양광 기업인 한화큐셀과 OCI홀딩스 역시 긴장 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입해 잉곳, 웨이퍼, 셀, 모듈로 이어지는 북미 최초 태양광 밸류체인을, OCI홀딩스는 텍사스주에 2GW 규모의 태양광 셀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번 법안이 현실화하면 주요 고객인 발전사업자의 투자 여력이 줄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