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조급' 블록버스터 '1호' 타이틀 주인공은?

2024-11-05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블록버스터(글로벌 연 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 탄생이 목전이다. 회장이 직접 영업하고 자신감을 표출한 셀트리온 짐펜트라와 올해 미국 품목허가를 받은 유한양행 렉라자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개발 의약품 중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은 ▲셀트리온 '짐펜트라' ▲유한양행 '렉라자' ▲HK이노엔 '케이캡'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한미약품 '롤론티스' 등 5개다. 다만 내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HLB '리보세라닙'도 품목허가를 전제로 블록버스터 후보군에 포함된다.

올해 예상 매출 약 2500억원 짐펜트라, 내년 1조 돌파 자신

가장 유력한 1호 국산 블록스터 후보는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2500억원 수준이지만 내년 연매출 1조원 돌파를 서정진 회장이 자신하고 있다.

짐펜트라는 지난 2019년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품목 허가를 받았다. 현재 시장의

80% 가량을 커버하는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공식 목록에 등재됐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내년(2025년)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짐펜트라의 연간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짐펜트라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2024 미국 소화기학회(ACG)'에 직접 참석해 치료제의 치료 효능과 경쟁력을 알렸다.

이 뿐 아니라 개발자, 마케팅팀, 영업팀 등 직원 60여명과 함께 미국 전역에 있는 병원 2800곳을 권역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짐펜트라는 얀센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기반으로 한 약물이다.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는 정맥주사(IV) 방식이지만 짐펜트라는 인플릭시맙 성분 의약품 중 유일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 적응증은 중등도 내지 중증의 성인 활성 궤양성 대장염(UC)과 크론병(CD)이지만, 류머티즘 관절염(RA), 건선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 확대가 기대돼 시장 잠재력은 더욱 풍부하다는 평가다. 유럽에서는 이미 RA 적응증을 포함해 처방되고 있다.

짐펜트라는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셀트리온의 첫 제품으로 SC제형 특허 등록으로 2038년까지 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셀트리온USA가 미국에서 짐펜트라 판매를 직접 담당하고 있어 현지 업체와 협력하거나 기술수출 형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일반적인 국산신약과 달리 수혜를 온전히 셀트리온이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짐펜트라가 주력하고 있는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글로벌 36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5.8%씩 성장해 2032년에는 6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타깃 환자 처방률을 10% 이상 달성해 연 매출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 美 시장 출격···국내 연 매출 만 1000억원 예상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도 1호 타이틀 후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존슨앤존슨(J&J) 자회사 얀센에 렉라자 글로벌 판권을 이전했다. 렉라자는 2021년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고 올해 미국 FDA에서도 '라즈클루즈'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르면 연내 공식 출시한다.

렉라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폐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렉라자 원외처방액은 250억원으로 전년(174억원) 대비 43% 성장했다. 실제 매출은 불명이나 지난 2022년 국내 매출액 330억원을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총매출은 400억원대 후반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국내 매출 1000억원 이상, 2027년 글로벌 연매출 1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올해 1000억원의 국내 렉라자 매출,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승인 마일스톤 수령, 유한화학의 원료의약품 수출 성장으로 호실적이 예상된다"면서 "J&J는 아미반타맙+레이저티닙 병용요법으로 최고 매출(peak sales) 50억달러를 목표로 하는 만큼 두 자릿수의 로열티 수령으로 유한양행 실적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케이캡·엑스코프리, 2028년 달성 가능성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2028년 연 매출 1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케이캡은 지난 2018년 국내 승인을 받은 후 다음 해 공식 출시했다. 출시 3년만인 2021년 107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3% 증가했다.

케이캡은 기존의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의 단점을 보완한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로 분류된다. 지난 2022년 중국 시장 출시를 시작으로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품목허가를 받는 등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총 46개국에 진출했고, 이 중 9개 국가에 출시됐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2389억원을 올리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 증가했다. 국내 기업 최초로 기술수출 없이 자력으로 FDA 승인을 받아 시장에 진출한 신약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직판 체제를 구축해 현지 영업망을 가동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가 진행 중인 엑스코프리 적응증 확장을 위한 임상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전신발작 및 소아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성분명 에플라페그라스팀)도 잠재적 블록버스터 후보로 평가된다. 롤론티스는 2022년 미국 허가를 획득해 미국명 '롤베돈'으로 출시됐다.

미국 판권을 갖고 있는 어썰티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매출은 2960만달러(약 407억원)이다. 브렌든 오그래디 어썰티오 CEO는 "회사 주요 자산인 롤베돈은 의사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으며, 출시 이후 6분기 연속 수요 증가를 기록하며 종양학 G-CSF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가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차별화를 위한 잠재적 기회로서, 롤베돈의 당일 투약 임상시험 등록을 완료했으며 올해 말 의학 컨퍼런스에서 초기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내년 1분기 중 FDA 품목허가 승인 여부가 나오는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은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국 허가만 받으면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지난 5월 17일 FDA 품목허가 심사에서 CRL(보완요구서한)을 수령하기 불과 9일 전인 5월 8일 HLB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K-블록버스터 글로벌 진출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돼 관련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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