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상호 관세’ 그림자가 각국 농업계에 드리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캐나다가 미국산 유제품에 약 2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캐나다는 우리를 속이고 있다. 같은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농업계도 상호 관세 압박을 받고 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인도에 견과류·과일 등 농업부문 개방을 촉구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 사정권에는 한국이 포함된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사실상 허물어진 관세장벽보다는 비관세장벽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 요구해온 비관세장벽 완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도 미국에 요구할 사항을 찾아 ‘주고받기식’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GS&J 인스티튜트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농산물의 무역액 가중 대미 평균 관세율은 약 1.7% 수준이다. 올해로 한·미 FTA 발효 14년차를 맞으며 한국의 대미 농산물 관세율은 사실상 무관세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에 대비해 비관세장벽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은 “미국이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언급한 (비관세장벽) 내용은 대부분 오랫동안 문제를 제기해온 사안들로 각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비관세장벽에 막혀 사실상 대미 수출이 불가했던 상품이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USTR에서 거론한 국내 비관세장벽은 ▲복잡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승인 절차 ▲원예 농산물시장 접근 확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 등이다.
이 가운데 원예 농산물시장 접근 확대는 우선 국제 기준에 맞춰 과학적으로 검토하되,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서 원장은 “인위적인 절차 지연은 문제가 될 수 있어 국제 기준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며 “다만 주고받기식 협상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미 협상을 통해 2023년 체리 수입 프로그램 개선, 2024년 텍사스 자몽 수입이 협의됐고 같은 기간 한국은 수삼의 대미 수출을 성사시켰다.
서 원장은 “한국 축산물이나 축산물 포함 (가공) 식품의 대미 수출이 일부 제한돼 있다”며 “라면수프 수입 허가 등을 놓고 미국과의 거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LMO 승인 절차도 준비가 필요한 사안으로 꼽힌다. 미국은 한국의 엄격한 LMO 규제가 자국 상품의 수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 원장은 “다국적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항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성과 생태계 보호를 고려하되, 국내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서는 미국 축산농가의 우려를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 원장은 “고령 소에 대한 (한국) 소비자 우려가 크다는 점을 미국 축산업계도 인식하고 있어, 불필요한 개방 압력이 오히려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