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떠드니?” 선생님 혼냈다, 모범생 딸이 프랑스서 겪은 일

2025-02-10

초등 고학년이 치르는 수능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2022년 개정교육과정의 핵심도 논‧서술형 평가 비중 확대였죠. 단순 암기와 오지선다형 시험으로는 학생들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우니까요. 인공지능(AI) 시대에 경쟁력 있는 학생을 기르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쓰기’ 시험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실 강남 대치동 같은 학군지에서는 일찍이 논술학원이 인기였어요. 4세부터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있을 정도죠. 글쓰기 실력을 키우려면 꼭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걸까요? 14년 차 초등 교사인 최은아씨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 ‘우리 아이 첫 공부 습관’ 4회에서는 초등학생을 위한 글쓰기 학습법을 알려드립니다.

✍글쓰기, 글씨 쓰기 아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표정이 시무룩했습니다. 담임 선생님께 수업태도를 지적받았다더군요. 한국에서는 늘 모범생이라는 평가를 받던 아이였기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혹시 수업시간에 떠들었니?” 저의 물음에 아이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죠.

며칠 뒤, 담임 선생님과 상담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뜻밖이었어요. “아이가 수업시간에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할 수가 없어요.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시켜주세요.”

딸아이는 조용히 앉아서 선생님 말씀을 집중해 듣는 아이였습니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똑같았죠. 아이의 행동은 같지만, 평가는 달랐습니다. 모범생이라고 인정해준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라는 지적을 받았으니까요. 같은 행동으로 다른 평가를 받은 이유는 뭘까요?

프랑스 초등학교의 수업은 토론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말하는 것이 기본이죠. 쉽게 말해 수업시간에 말을 많이 해야 모범생인 겁니다. 말하기가 중요한 이유는 시험과 관련 있습니다. 프랑스의 모든 교과목은 논‧서술형 평가로 이뤄지거든요. 중고등학생이 되면 A4 용지를 가득 채운 에세이를 써내야 하죠. 이때 논리적인 글쓰기를 하려면, 먼저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선행돼야 합니다. 글자를 쓰는 데 서툰 저학년 아이들에게 말하기 훈련을 시키는 이유죠.

설사 틀린 대답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프랑스 교사들은 ‘3+5’의 답이 10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연산을 배우면 정답을 맞힐 수 있지만, 대답을 안 하는 아이는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곳 아이들은 교사에게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잘 못 들었으니 다시 설명해 달라”는 말도 서슴없이 합니다. 교실에서는 수업과 관련된 것이라 무엇이든 말해도 괜찮은 문화가 있기 때문이죠.

제가 한국에서 교사로 근무하며 실수한 게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엉뚱한 대답을 하면 수업을 잘 듣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모범 답안을 말 할 때만 크게 칭찬했죠.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가르쳐주다가 아이가 틀린 답을 말하면 “엄마가 지금까지 설명했는데 뭐 들었어?”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제가 아이의 입을 막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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