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규제 푼 정부, 산업 생태계 '관리' 아닌 '육성'

2025-10-16

정부가 16일 발표한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은 바이오와 재생에너지, 컬쳐 산업을 차세대 국가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산업 생태계를 '관리'하는데 치중하던 정부가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지원을 강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바이오는 혁신 속도, 재생에너지는 자원순환, 컬처는 콘텐츠 확장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그림을 그린다.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까지 효과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바이오

바이오 분야 대책의 핵심은 △신약 허가 절차 신속화 △첨단재생의료와 의료데이터 활용 대폭 확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허가와 심사 절차를 동시·병렬적으로 전환해 심사 기간을 240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개발 단계부터 허가 이후까지 전 주기적 규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심사 인력을 확충해 글로벌 수준의 속도와 품질을 갖춘 심사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난치질환 여부를 개별 사례별로 유연하게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올해 안에 마련하고, 정부 주도 임상연구를 2026년부터 추진한다. 중위험 연구의 심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자료 요구를 줄이고 전문심의 인력을 확충해 연구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데이터 활용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보건복지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사망자 의료정보를 비식별화 조건 하에 연구·산업 목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한다.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의료데이터는 '저위험 가명데이터셋'을 개발해 2026년부터 산업계에도 온라인 원격분석을 허용하는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의료 인공지능(AI) 연구와 신약개발, 예측진단 등 데이터 기반 혁신 생태계 조성 등 공익적 목적의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 분야에선 농지법 개정과 영농형 태양광 허용이 눈에 띈다. 농민은 동일한 토지에서 농사와 발전을 병행해 소득을 늘리고, 지역은 분산형 에너지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평소 강조하던 정책이다.

폐자원 수입규제 완화는 리튬·희토류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 정세 속에서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조치다. 핵심광물을 '재활용' 자원으로 돌리는 순환경제 구조는 탄소중립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가치도 크다.

산업단지 내 공정부산물 재활용을 허용한 '순환경제 특례구역'은 기업의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면서 동시에 ESG 경영을 촉진하는 인센티브로 작용할 전망이다.

◇컬처

컬처 분야 규제 완화는 '콘텐츠 산업'을 '국가 산업'으로 재정의하는게 골자다. 영화 제작 지원과 세제 확대는 침체된 투자 시장에 숨통을 틔우고, 네거티브 광고 규제 전환은 방송사와 OTT 간 경쟁 불균형을 완화한다.

특히 '24시간 내 차단제도'는 한류 콘텐츠의 지적재산권 보호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상징적 조치다. 불법 유통이 줄면 제작사 수익이 늘고, 이는 다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K-컬처가 단순 문화산업을 넘어 수출과 외교, 국가 이미지가 결합된 '소프트파워 산업'으로 성장하게 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제2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경제를 살리려면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야 하고, 이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한다”면서 이해관계 충돌로 인한 규제 과잉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 역할은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규제하는 게 아닌, 합리적 조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어떤 규제 해제가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위험하니 하지 말자'는 식으로 결론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구더기가 생길까 봐 장을 담그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며 “구더기가 생기지 않게 보완 장치를 철저히 하면 된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규제도 정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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