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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내년이면 15년차를 맞는다. 이에 따라 미국산 감귤(만다린)의 수입 관세가 철폐돼 국내 감귤산업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오렌지 재배면적↓ 감귤류↑…수출량도 증가세=미국산 만다린이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내 산업 중심이 오렌지에서 만다린 등 감귤류로 이동하고 있어 향후 수출량 증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최근 만다린 등 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감귤류(Easy-Peel Citrus)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네덜란드 라보뱅크가 2022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전 10년간 미국에서 만다린 소비량은 연평균 6%씩 성장해 2022년에는 국민 1인당 7파운드(3.17㎏)까지 증가했다. 곤살로 살리나스 라보뱅크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추세가 지속한다면 향후 몇년 안에 만다린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신선한 감귤류로서 오렌지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국에서 만다린 등 감귤류의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감귤류(Tangerines and Mandarins) 재배면적은 7만4700ac(에이커)로 2004년(3만6200ac)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반면 오렌지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76만3100ac에서 37만2100ac로 감소했다. 1ac는 약 4047㎡(1224평)다.
미국의 만다린 수확기는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이에 따라 2∼3월에는 수출이 많고, 5월 이후부턴 칠레·페루 등에서 수입한다. 미국의 만다린 수출량은 2019년 2만5065t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4만5480t으로 5년 만에 81.4% 증가했다.
◆미국, 한국시장 주목…수입업체 전망도 긍정적=미국에서 만다린 재배가 늘어나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전통적으로 감귤류 소비가 많은 한국을 유망 수출지역으로 분류한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만다린 수입량은 2874t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미 농무부 해외농업국(FAS)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한국 감귤류 연간 분석’ 보고서는 “한·미 FTA에 따른 관세 철폐로 한국 소비자 수요가 (미국산 감귤류에) 적응함에 따라 이러한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만다린 수입업체들에서도 국내시장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지난해 만다린을 수입한 업체는 20여곳이다. 이마트·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뿐 아니라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에서도 직수입을 한 바 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내년에 관세가 철폐되기 이전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몇년 전부터 공격적으로 수입량을 늘렸다”며 “국산 감귤의 생산 동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감귤과 직접적 경합 가능성 커…가격 경쟁력 높아=유통업계에선 미국산 만다린과 국내에서 유통되는 온주밀감의 품종 유사성이 큰 만큼 향후 직접적으로 경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만다린의 당도는 8∼16브릭스(Brix) 사이로 국내로 수입되는 물량의 당도는 평균적으로 온주밀감(12브릭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에서도 만다린을 ‘미국에서 나오는 감귤’로 홍보했다. 특히 만다린의 수입 시기가 1∼4월로 출하기가 겹치는 온주밀감 가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미국산 만다린의 수입가격은 1㎏당 평균 3달러(약 4300원)를 기록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수입 과일을 담당하는 표현찬 서울청과 경매부장은 “올 1월 국산 감귤은 3㎏들이 한상자당 평균 2만5000원대에 거래됐고, 만다린은 9㎏들이 한상자당 평균 4만8000원에 거래됐다”며 “국산과 비교했을 때 가격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의 과일 바이어도 “만다린은 국산 감귤과 외관이 비슷하고 당도는 좀더 높다”며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 큰 반응은 없지만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산지 불안감↑…감귤대책 마련해야=미국산 만다린 수입이 급증하자 제주 등 감귤 주산지에선 불안감이 높아졌다. 기후변화로 재배 여건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만다린 공습이 현실화할 경우 농가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진석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미국산 만다린과 국산 감귤 사이에 큰 차이가 없어 산지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지는 중”이라며 “급변하는 기후로 수급문제가 상시화한 상황에서 만다린 수입이 늘면 농가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만다린 관세 철폐에 따른 피해 예측을 하지 못한 만큼 향후 수입량이 늘어나 국내 산업에 끼치는 영향이 커지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이 2007년 수행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오렌지에 따른 감귤산업 피해 예측만을 수행했을 뿐 만다린으로 발생할 피해는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성익 제주감귤연합회장(서귀포 효돈농협 조합장)은 “감귤값이 올랐다고는 하나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 사실상 농민들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정부는 할당관세로 수입량을 늘렸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타개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minwoo@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