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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쌀값 폭등으로 국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1990년대 쌀 수출국이던 필리핀은 식량 생산을 소홀히 한 결과 지구촌 최대 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마닐라타임스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각) 필리핀 정부는 쌀값 상승을 막고자 ‘식량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필리핀 농무부는 앞으로 6개월간 자국 국가식량청이 쌓아둔 비축미 30만t 가운데 절반을 방출하기로 했다.
필리핀은 2023년부터 극심한 쌀값 상승에 시달렸다. 20㎏당 쌀 소매가격은 2022년초 760페소(1만9003원)에서 지난해 9월 1020페소(2만5474원)로 34.2% 올랐다. 지난해 3월 기준 쌀값 연간 상승률은 15년 만에 최고치인 24.4%에 달했다.
필리핀 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고자 지난해 6월 행정명령을 통해 쌀 관세를 35%에서 15%로 낮췄다. 7일(현지시각) 현지 매체에 따르면 20㎏당 쌀값은 920페소(2만3008원)로 내려갔다.
프란시스코 티우 로럴 주니어 필리핀 농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일반 도정미와 고급 도정미 가격이 2023년 7월 급등 이전과 비교해도 각각 19%·20% 오른 상태”라며 쌀값 통제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필리핀 정부는 정부 비축미를 20㎏당 660페소(1만6000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지 매체는 정부 대책을 두고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매체 ‘인콰이어러’는 “필리핀 국민의 1년 쌀 소비량이 1600만t임을 감안할 때 국가식량청이 보유한 비축미 30만t은 매우 적은 분량”이라며 “3~4일치밖에 안되는 방출량으론 비축미가 판매되는 일부 매장만 쌀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쌀 470만t을 수입하며 역대 최고 수입량을 기록했다. 필리핀 정부는 2019년 쌀 수입량 제한을 없애는 ‘쌀 자유화법’을 시행한 이후 연평균 11.4%씩 수입량을 늘려왔다.
쌀 수입 중심 정책이 현지 쌀산업을 망가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리핀의 한 농민단체는 “수입 쌀 의존도가 2012년 8.1%에서 2022년 23%로 증가했다”며 “쌀 제분소를 운영하는 지역농민은 대규모 쌀 수입업체와의 경쟁에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콰이어러’는 현지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쌀 수입으로 사라진 필리핀 내 일자리 추정 가치는 2024년 기준 1452억7000만페소(3조6334억원)”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3일 필리핀에 쌀 4000t을 원조했다고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고 두 정상은 공동선언을 통해 식량안보 등에서 인도적 지원 관련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성환 기자 ss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