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경마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전설’ 박태종(60) 기수가 은퇴했다.
한국마사회는 28일 경기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경마 대통령 박태종 은퇴 기념 경주’와 공식 은퇴식을 개최했다. 기념 경주에 출전하지 않은 박 기수는 선수 생활 마지막을 함께한 ‘미라클삭스’에 기승해 직선주로를 왕복하며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어진 은퇴식에서 박 기수는 “신인 때는 동기들보다 늦은 첫 승에 초조했고 대상 경주에서 우승했을 때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며 “큰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왔고 최선을 다해도 질책이 쏟아질 때는 힘들었지만 그 모든 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저의 은퇴 경기에 보내준 팬들의 박수와 축하는 큰 위로와 감동을 줬다”며 “기승 기회를 준 마주를 비롯해 조교사와 관리사, 트랙라이더, 동료 기수, 그리고 늘 응원해준 경마 팬들에게 감사드리고 그동안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기수는 앞서 21일 열린 은퇴 경주에서 미라클삭스와 함께 역주했으나 2위로 골인했다. 초반부터 선두로 나서면서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듯했으나 2000년생 기수인 이상규가 기승한 ‘이슬처럼’에 막판 추월을 허용했다.
박 기수는 38년간 통산 1만 6014회 출전에 2249승을 거두며 한국 경마 최다승 기록을 세운 ‘전설’이다. 그랑프리와 코리안더비를 포함해 대상 경주를 총 48회 석권하고 최우수 기수를 다섯 차례나 수상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1965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난 박 기수는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상경해 직업을 구하던 중 이모부의 권유로 한국마사회 기수 후보생 모집에 응시했다. 모집 공고에 ‘키 160㎝ 이하’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박 기수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키가 경마 기수에게는 장점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다고 한다. 박 기수의 키는 150㎝다.
두 번의 도전 끝에 기수 후보생이 된 그는 1987년 4월 뚝섬경마장에서 정식 기수로 데뷔해 올해까지 38년간 현역으로 뛰면서 한국 경마 최초의 1000승과 2000승, 1만 회 기승 등의 기록을 써내려갔다. 특히 그랑프리와 코리안더비를 포함해 대상 경주를 총 48차례 석권했다. 박 기수에 이은 최다승 2위는 올 3월 2000승을 달성한 ‘경마 황태자’ 문세영 기수(2054승)로 195승 차이가 난다.

‘경마 대통령’과 ‘국민 기수’ 등 화려한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지만 박 기수는 선수 생활 내내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꾸준히 승수를 쌓았다. 매일 오전 4시면 일어나 훈련을 시작하고 술과 담배를 입에 대지 않으며 오후 9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특히 오랜 선수 생활에도 승부 조작과 같은 비위에 연루되지 않고 오로지 경마에만 집중해 팬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박 기수는 은퇴식에 참석한 팬들에게 자신의 기수 복색을 모티브로 제작된 스포츠 양말을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복색은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과 붉은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 기념품은 박 기수의 마지막 경주를 함께한 미라클삭스의 마주인 김창식 마주가 제작에 협조했다.
한국마사회는 이날부터 박 기수의 은퇴를 기념해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1층 한국 경마 100주년 기념관에서 ‘굿바이 마이 히어로’ 특별전을 연다. 박 기수가 그동안 수집한 우승 트로피가 전시되고 현역 시절 사용한 등자와 모자·채찍·복색 등도 관람할 수 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박 기수는 38년간 한국 경마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최고의 기량과 프로 정신을 보여준 살아 있는 전설”이라며 “기록만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그의 공로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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