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아태 사모펀드 투자 현황' 리포트 발행
아시아태평양 사모펀드 시장이 2025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국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전략적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월 11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모펀드 투자 현황' 리포트는 아폴로(Apollo)와 같은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서울에 거점을 마련하고 한국을 전략적 투자 중심지로 여기는 등 한국에 대한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커지는 중이라고 주목했다. 리포트는 한국시장이 자본 조달처이자 동시에 새로운 투자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사모펀드 시장의 키워드 중 하나는 PEF가 사업부 매각 및 비핵심 자산 인수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는 장면이다. PEF들은 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보다 유연한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저평가된 기업(PBR 기준)이 늘어나며 PEF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수동적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장기적 가치 상승을 유도하고 시장의 신뢰와 투명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남상욱 경영자문 부문 One M&A 리더는 "아태지역 사모펀드 시장이 각광을 받으며 거래 규모의 양극화, 엑시트 전략의 변화는 물론 한국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도 관측되고 있다"는 의견을 달았다.

2024년 아태지역 사모펀드 시장은 중형 거래가 줄고 초대형 · 초소형 딜이 주도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10년 평균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 투자 비중은 거래 가치 기준으로 대형(상위 2%), 중형(3~8%), 소형(하위 90%)이 각각 1/3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4년에는 대형 딜 비중이 42%, 소형 딜 30%를 기록한 반면 중형 딜은 28%에 머물러 양극화가 심화됐다. 2024년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 딜 건수는 30건으로 2022-2023년과 비슷했다. 그러나 2024년엔 거래 총 가치가 전반적으로 줄며 대형 딜이 차지하는 비중이 6.8%로 2023년(5.6%) 대비 오히려 증가했다. 불확실성이 심해지고 중형 딜 부진이 이어지며 양극화를 부추긴 셈이다. 소형 딜 전략으로는 볼트온(Bolt-on, 동종기업 인수) 거래가 부상하며 2021~2024년 공시 딜의 27~31.5%를 차지해 2010년대 중반 대비 볼트온 거래가 두 배 증가했다.
이와 함께 포스트 팬데믹 뉴노멀 속 아태 지역 각국의 경제성장 경로가 달라지며, 2024년 아태지역 사모펀드 시장에서 지리적 포지셔닝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인도가 2021년 이후 팬데믹 이전을 상회하는 경제성장률로 주목받는 반면, 중국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입장이 역전됐다. 일본은 안정성과 저금리 자본, 기업 승계 · 카브아웃 기회로 M&A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중국발 자본은 서방으로, 중동 국부펀드는 아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리포트는 "아태 지역 사모펀드 시장이 2024년 불확실성을 딛고 2025년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금리 전망이 안정화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2024년 투자 규모가 1,380억 달러로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딜 건수는 주춤했지만 시장 모멘텀이 강해지고 있다.
한편 2024년 아태지역 사모펀드 업계는 투자회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나아가 2024년 아태지역 사모펀드 업계에서 그동안 중단됐던 엑시트가 재등장한 것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거시경제 환경이 변화하거나 주가 조정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다시 엑시트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또 과거 성공 모델을 활용하거나 유사 자산 · 공급업체에 투자하며 안전성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조사에 따르면, 아태지역 바이아웃 기회 1,734건 중 19.5%(338건)가 과거 매각 실패 후 6개월 이상 중단됐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