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심판원이 청구법인 A가 대전지방국세청의 법인세 경정청구 전부 기각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심판청구에 대해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조심 2024전4291, 2025. 6. 30.).
납세자가 충분히 입증자료를 갖춰 경정청구를 했다면, 과세관청은 그 청구가 적당한지 구체적으로 검증할 책임이 있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경정청구 관련 계산방법이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경정청구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청구법인 A는 모 국내 자동차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국내 회사’로 중국, 미국, 인도, 폴란드, 러시아, 멕시코에 각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A가 해외 자회사에 원재료와 기술 지원, 운용자금 지급보증 등을 해주면, 해외 자회사가 원재료를 가공, 부품을 완성해 국내 자동차 대기업에 납품하는 식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거래라도 돈과 재화가 오갔으면, 대가를 주는 게 정당한데, 이 대가를 임의로 시세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조작해 이익을 몰아주면, 특정 국가의 국세청이 세금 손실을 볼 수 있다.
때문에 국제조세 영역에선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가격(이전가격)이 거래시세(정상가격) 범주에 들어가는지 따져야 하며, 어떻게 이전가격을 산출했는지 그 근거 방법을 보고서로 만들어 각국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이전가격 계산 방법에 대해 미리 양국 국세청에 승인받기도 한다.
국내 법인인 A는 2017~2021년 사이 해외자회사로부터 원재료나 기술지원, 지급보증 대가 등을 시세보다 너무 많이 받아서 한국에서 너무 세금을 많이 내게 됐다며, 관할 지방국세청인 대전지방국세청에 많이 낸 세금을 돌려달라고 2023년 초에 경정청구를 냈다.
대전국세청은 A의 경정청구와는 별개로 2023년 7월 6일 A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해서 A와 해외 자회사 간 파견 인건비 등을 이유로 과세처분했다.
그리고 2024년 5월 9일 대전국세청은 위 경정청구 관련하여 A가 해외자회사들로부터 지급보증 대가를 너무 많이 받은 게 맞는다며 세금을 일부 돌려줬지만, A가 해외자회사에 공급한 원재료, 로열티, 기술 및 경영지원 대가에 대해선 경정청구를 전부 거부했다.
A측은 구체적 검증 없이 경정청구를 부당하게 거부했다고 반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대전국세청은 그렇게 한국 쪽 모회사(A)에 이익이 실수로 많이 들어갔다면, 해외자회사들 쪽에 이익은 실수로 적게 들어갔다는 뜻일 텐데, 왜 해외자회사들이 있는 해외국세청에는 수정신고해서 세금을 더 내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대전국세청 측은 A가 실수로 해외자회사에 가야 할 이익을 실수로 더 받았다면, 그 실수로 더 받은 이익을 해외자회사에 돌려줘야 하는데 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전국세청은 A가 정상가격을 잘못 계산해서 세금을 더 내게 됐다면, 그 정상가격이 제대로 계산했는지 입증책임은 A에 있다고 할 것인데, 산출할 때 가져다 쓴 지표들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A와 해외자회사와 거래가격이 통상적인 정상가격(거래시세)에 맞는지 계산하려면, 비슷한 거래 사례를 가져다가 비교해야 하는데, 정상가격을 산출할 때 원가 대비 순이익률을 이용해야 하는 데 영업이익률을 썼고, 비교 대상 회사들의 매출액이 A의 해외자회사들보다 너무 높거나 낮고, 업종도 다르고, 해외자회사에 대한 정상가격을 산출하려면 비슷한 자회사 거를 가져다 비교해야지 본사의 거래사례를 가져왔고, 평균영업이익률이 너무 높은 회사들만 골라서 갖고 와 해외자회사들 쪽 이익을 과도하게 부풀려 A의 영업이익을 줄여 세금을 돌려받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이유였다.
대전국세청은 계산방식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통합분석을 할 수도 없고, 오류가 있으니 경정청구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과세관청은 A가 청구한 내용에 대해서만 적법 여부를 판단하면 됐지, A가 잘못된 계산방법을 써서 우리가 경정청구 자체를 못 받아들이게 됐는데, 대전국세청이 대신 제대로 된 정상가격이 뭔지 알아낼 의무까지는 없고, 그러하기에 제대로 된 계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심판원은 정상가격 산출 방식이 잘못됐다는 이유만으로 경정청구를 거부할 수 없고, 재조사해서 경정 여부를 결정하라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대법 판결을 근거로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할 때는 정상가격 입증 책임이 과세관청에 있고(대법 2011두6127, 2012. 12. 26.), 세금을 신고하거나 관련 과세자료를 제출할 때는 정상가격 관련 입증 책임이 납세의무자에 있다고(대법 2012두1747, 1754, 2014. 9. 4.) 밝혔다.
같은 논지에서 경정청구 과정에서 관련 자료 제출 책임은 납세의무자에게 있지만, 납세의무자가 경정청구 사유를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밝힌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경정청구 사유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판원은 청구법인 A가 일단 경정청구를 함이 합당하다고 입증했는데도, 대전국세청은 정상가격 산정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뿐 구체적 검토 없이 경정청구를 거부했다며, 대전국세청이 한국 국세청에만 경정청구를 내고 해외 국세청에 수정신고를 하지 않았다고도 하지만,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에 이전가격 관련 경정청구하려면 해외 국세청에도 수정신고를 해야 한다는 요건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청구법인 A와 해외자회사간 지급보증 대가 관련해선 더 받은 세금을 돌려 주고, 원재료 거래 등에서는 충분히 검토도 안 한 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분석 가능 여부, 거래순이익률 적용 시 영업이익률을 산정지표로 할 것인지 여부, 비교대상법인 선정기준 등 A가 제시한 다툼에 대해선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으니 대전국세청이 A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 정상가격을 재조사하라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