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4년 간 미국에서 수 천 억 달러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가운데 엔비디아도 미국산 제품 구매를 대폭 늘려 트럼프 정책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행보로 읽힌다.
20일(현지 시간) 황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향후 4년 간 약 5000억 달러 상당의 전자 부품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이 가운데 수 천 억 달러 규모의 제품은 미국 내에서 제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와 세계 최대 전자제품 공급업체 폭스콘 등과 협력해 미국 내 지출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19일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도 그는 “미국 내 제조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대미 투자 확대 방침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부응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으로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하고 미국 투자를 압박하자 빅테크들은 앞다퉈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이 앞으로 4년 동안 5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당시 650억 달러 투자를 알린 TSMC도 4년 간 미국에 최소 10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나서겠다고 했다. FT는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애플을 비롯한 다른 기술기업들이 발표한 미국 투자 계획과 같은 흐름에서 나온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황 CEO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AI 산업 발전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산업의 성공을 중시하고 에너지가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지원해준다면 미국 AI 산업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의 대만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리스크에도) 대비하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충분히 다각화된 공급망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이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면서 “TSMC의 미국 내 투자는 우리의 공급망 탄력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