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생성과 소멸] 〈2〉과학기술시대, 생성과 소멸은 무엇인가 (중)

2025-08-25

인류 역사에서 생성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인간은 악어, 표범처럼 이빨, 근육을 강화하기보다 도구, 기계, 공장,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발전하는 방향을 택했다. 인간 본성에는 끊임없이 뭔가를 생성하고 이용하려는 욕구가 있다.

생성이 항상 옳다고 할 순 없다. “나는 많은 것을 이루었으나 앞으로 그 이상을 이루고 나아갈 것이다. 미지의 힘을 찾고 창조의 신비를 세상에 밝히리라!” 누가 한 말일까. 신이 아니다. 메리 셸리의 1818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주인공이다. 그는 죽은 사람, 동물의 조직에 생명을 불어넣는 연구에 몰두해 결국 새로운 인간을 창조했다. 그러나 창조물은 흉측하고 거대한 괴물에 지나지 않는다. 괴물은 버림받고 복수심에 불타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가족, 친구, 연인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괴물 창조는 결코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생성이다. 생성이 가져야 할 가치와 본질, 윤리와 책임에 대해 아무런 고민이 없었고 결과도 참담했다. 공동체를 퇴보시킬 뿐이었다.

바둑 AI프로그램 '알파고'는 어떤가. 존재하는 모든 바둑의 수를 학습했다. 사람이 기피하는 악수를 두기도 하지만 그 수를 이용해 이기기도 한다. 바둑세계를 평정한 알파고를 어떻게 봐야 할까. 'AI 바람몰이'엔 성공했다. 그러나 수많은 인간사 중 바둑 판도의 변화에 그쳤다. 바둑기사가 되겠다는 수요가 줄었다. 사람들의 흥미도 줄었다. AI를 이용해 바둑을 배울 뿐 사람에게서 배우지 않는다. 차원 높은 삶의 세계인 바둑이 계산의 영역으로 떨어졌다. 알파고의 생성은 인간 삶의 가치를 더하지 못했다. 바둑기사들의 선전을 기대한다.

생성형 AI는 어떤가. 많은 사람이 챗GPT 등 AI를 활용하고 있다. 단순 검색을 넘어 문서를 만들고 프로그램 개발, 문학과 작곡 등 창작의 생성에 도움을 받고 있다. 누군가 챗GPT에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맥북 프로(PC) 던짐 사건'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다. 뭐라고 했을까.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15세기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초고를 작성하던 중에 담당자에게 화를 내며 맥북 프로(PC)와 함께 그를 방으로 던진 사건'이라고 했다. 얼마나 황당한가. 외국의 어느 변호사는 생성형 AI가 만든 거짓 판례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챗GPT 등 AI가 틀리거나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오류가 '환각'이다. AI는 질문의 단어를 인식하면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다. 통계, 확률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최선의 데이터를 조합해 답변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환각이 생긴다. AI는 질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추론한 끝에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다. 챗GPT 등 생성형 AI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만을 내놓아야 할까. 환각이 나쁘기만 한 걸까.

인기창작물을 보면 시간여행, 정신과 몸의 교체, 초능력 등 비현실적 소재를 가진 것이 많다. 역사를 왜곡하고 비과학적이란 비판도 있지만 재미를 더하는 참신한 창작이다. 챗GPT 등 AI에게 입맛에 맞거나 익숙한 답변만 요구해선 안 된다. 황당한 답변에서 아이디어, 영감, 창작의 기회를 얻어야 한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사람을 본래 모습대로 그리지 않았다. 아프리카 토속 조각에서 생동감을 느낀 이후로 평면을 넘어 입체 관점에서 '아비뇽의 여자들' 등 사람, 사물의 특성을 직관하는 그림을 선보였다. 새로운 개념, 장르를 창조했다. 당시 AI가 그렸다면 환각이라고 비난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진실이 필요한 영역에선 정확성이 중요하지만 창작의 영역에선 기발함, 독특함을 넘어 재미와 감동의 생성이 중요하다.

누가 봐도 그럴 듯한 것을 만들지 말자. 집착을 버리고 가치를 만드는 생성을 해야 한다. 기발하고 실험적인 상상력과 기상천외한 실행력에서 생성의 답을 찾아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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