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율등급 규제 완화로 넷플릭스가 가장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OTT 자체등급분류제도 도입 이후 넷플릭스가 영상등급을 가장 많이 분류 심의한 것이다. 규제완화 수혜가 글로벌 OTT 사업자에 먼저 돌아가는 형국이다.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는 2023년 6월 본격 시행됐다. 이전에는 OTT 사업자가 콘텐츠를 공급하기 전에 짧게는 2~3주, 길게는 2~3개월이 걸리는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 심사를 받아야 했다. 자체등급분류 제도 시행 이후에는 사업자가 등급을 결정하면 즉시 심의가 완료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등위가 적정성을 재평가하는 사후 규제 방식이다. OTT 산업 발전을 위해 기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1일 영등위 온라인등급분류서비스에 따르면 OTT 자체등급분류제도 시행 이후 올해 1월 20일까지 넷플릭스가 3097건으로 가장 많은 등급분류를 완료했다. 이어 쿠팡플레이(2425건), 디즈니플러스(1160건), 애플TV(649건)가 뒤를 이었다.
반면 토종 OTT인 티빙은 297건에 그쳤다. 웨이브는 272건을 기록했다.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는 834건을 차지했다. LG유플러스는 U+tv와 U+모바일tv를 더해 692건 콘텐츠의 등급분류를 결정했다. 왓챠는 42건이다.
웨이브, 티빙 등 토종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 절반 이상은 이미 국내 방송국에서 방영됐기 때문에 이에 대해 또다시 등급을 분류할 필요가 없어 수치가 낮게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글로벌 OTT는 독점 방영작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 등급분류를 실시할 일이 더 많았다. OTT 자체등급분류제도로 인해 더 큰 이득을 얻은 셈이다.
한편 글로벌 OTT 위주로 등급 분류가 진행됨에 따라 글로벌 사업자의 법률위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자체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된 이후 1년 2개월간 적발된 전체 영화비디오법 위반 사례 중 넷플릭스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OTT 3사가 전체 법률위반 건수의 86.8%를 차지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넷플릭스는 법률위반 건수 152건 중 76건을 기록하며 절반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애플 33건(21.7%), 디즈니플러스 23건(15.1%) 순으로 제재를 받았다. 국내 사업자 중에는 웨이브 7건, 티빙이 5건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업계는 규제가 완화돼야 산업이 발전하고 창작 자유가 커진다”면서도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 영등위는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업자 재지정 평가에 반영하는 등 등급분류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