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태문에게 주어진 올해 5가지 파고

2025-03-21

AI폰 위상 제고·신규 폼팩터 성공적 안착·中 시장 내 포지셔닝 등 과제

원가 구조 최적화·관세 리스크 대응도 관건…갤럭시 생태계 안정 주력할 듯

"인공지능(AI) 적용을 플래그십 제품부터 보급형까지 확대하겠다."

"중국 전략의 기본 방향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다."

19일 삼성전자 제5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올해 삼성 스마트폰 전략을 파악할 수 있다. 갤럭시 플래그십뿐 아니라 보급형(A 시리즈)까지 AI 기능을 확산하는 한편 프리미엄 모델을 중심으로 신흥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며 전체 라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프리미엄 모델에 강한 애플의 견제와 가성비를 앞세우는 중국 브랜드의 도전에 직면한 삼성은 갤럭시 전체 라인업 판매 제고와 XR(프로젝트 무한)·엣지(슬림폰) 등 신규 폼팩터의 성공적 안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2020년부터 6년째 MX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노 사장은 당분간 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도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전사 이익을 책임질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DS(반도체) 부문이 2023년 15조원의 영업손실을 낼 동안 MX사업부는 13조원의 이익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지난해에는 DS 부문이 영업이익 15조원을 회복했지만, 올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진 등으로 10조원 안팎으로 다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올해 MX사업부 성과가 전사 이익의 증가나 축소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는 뚜렷하나 넘어야 할 파고는 적지 않다. 프리미엄 판매 비중이 높은 애플이 최근 보급형 모델 아이폰 16e을 내놨고, 가성비폰으로 중국 본토를 장악한 샤오미·화웨이 등 중화권 브랜드 역시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S·Z시리즈 라인업으로 프리미엄 수요에 대응하고, A·M시리즈 등 중저가 라인업에서 판매량을 확대해 전체 모바일 시장점유율을 방어하는 전략을 지속해온 삼성의 고심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주총에서 삼성 모바일 사업 전략 질문이 나온 것도 이 일환으로 읽힌다.

노 사장은 이 자리에서 "AI 경쟁력은 삼성전자 갤럭시가 가진 차별화 포인트"라며 "AI 적용을 플래그십 제품부터 보급형까지 확대하는 중으로 이달 말 어썸 인텔리전스(모바일 AI)를 본격적으로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보급형 라인업인 A시리즈에 AI 적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스마트폰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삼성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저가폰 어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올해 초 열린 'MWC 2025'에서 어썸 인텔리전스를 탑재한 '갤럭시 A56 5G', '갤럭시 A36 5G'를 공개한 바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국 시장은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14억 인구가 살고 있는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최대 시장이지만 갤럭시 점유율은 1%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프리미엄에서는 애플에, 보급형에서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현지 브랜드에 밀린 샌드위치 신세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중국 전략의 기본 방향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갤럭시의 AI 기능 강화를 통해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현지 서비스·콘텐츠와 협업하겠다"고 했다. 이는 경쟁이 심한 보급형에서 현지 업체들과 정면 승부하기 보다는 충성 고객층이 두터운 프리미엄을 새롭게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기능을 한층 강화한 하이엔드 모델 출시가 예상된다.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사업 정상화 외에 신규 폼팩터(형태)인 안드로이드 XR(확장현실)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 갤럭시 S25 엣지(슬림폰) 신규런칭 및 안착도 주요 과제다. 프로젝트 무한은 삼성의 미래 스마트 디바이스 이자 스마트폰 이후 새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구글, 퀄컴과 협력해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탑재한 무한은 멀티모달 AI를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대화와 몰입감 높은 XR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은 이 같은 특성을 앞세워 애플(비전 프로), 메타(퀘스트)와 점유율 경쟁에 나선다.

내달 언팩이 예상되는 갤럭시 S25 엣지는 역대 갤럭시 S시리즈 중 두께가 가장 얇고, 주요 부품은 하이엔드 제품을 채택했다. 삼성은 엣지 가격대를 S25 일반형 보다 높지만, 울트라 보다는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해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 초슬림폰이 성공한다면 폴더블폰 이후 돌파구가 필요한 모바일 시장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양한 하이엔드 제품을 선별적으로 탑재해 브랜드별 보급형·프리미엄 라인업 구축도 가능하다. 스마트폰+XR+웨어러블 기기 연동으로 갤럭시 생태계를 확장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과 신규 폼팩터 호응이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원자재·물류비 등 고정비를 절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S25 시리즈는 전량 퀄컴 AP 스냅드래곤을 탑재했고, 판매 가격도 동결해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퀄컴과 미디어텍 등 타사로부터 모바일 AP를 사오는 데 쓴 금액은 10조9326억원이나 된다.

이에 삼성은 엑시노스2500 성능을 끌어올려 하반기 출시하는 Z플립 7에 적용하고, 엑시노스2600은 내년 S26 시리즈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장은 AP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만큼 DS부문과 협력해 엑시노스 AP 비중을 늘리는 한편 퀄컴, 미디어텍 AP 부담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카드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미 삼성은 스마트폰 생산 대부분을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중국 외 지역에서 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다. 다만 관세로 인한 스마트폰 가격 상승으로 전체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현대차증권은 "미국의 관세 부과는 2분기 이후 출하량에 새로운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며 "미국 스마트폰 수요는 연간 1억1500만대 내외로 전세계 스마트폰 수요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 부과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은 미국에서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더욱 길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점에 미루어 삼성은 미 정부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스마트폰 가격 책정, 마케팅 및 부품 공급망 전략 등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MX 수익 방어선의 최전선에 선 노 사장이 그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MX사업부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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