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후루(마라탕과 탕후루를 함께 부르는 말)’로 대표되는 자극적인 음식을 즐기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저속노화 식단’이 유행을 타고 있다. ‘천천히 나이든다’는 뜻을 담은 저속노화 식단은 정제곡물이나 단순당을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 콩, 단백질 등 건강한 식재료를 늘린 것이 특징이다.
5일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이 편의점의 잡곡 매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2년 15.4%, 2023년 23.8%, 2024년 25.9% 등으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신장률이 60.7%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양곡 매출 가운데 잡곡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15%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새벽배송 전문 기업 컬리에서도 저속노화 관련 식품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잡곡 상품군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샐러드와 이너뷰티 상품군도 각각 10%, 11%씩 판매가 늘었다. 특히 최근 3개월 사이 관련 제품 인기가 두드러졌다. 식단관리 도시락 브랜드 마이비밀의 다이어트 도시락 8종은 지난해 12월 들어 판매량이 같은 해 9월 대비 130% 늘었다.
당류 섭취 저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롯데웰푸드가 2022년 5월 내놓은 무설탕·무당류 브랜드 ‘제로’는 최근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간편식과 배달음식이 보편화되면서 자극적인 맛에 질린 MZ세대 소비자들이 ‘간편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층 대사증후군 환자 수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2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43.9%, 여성은 22.1%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2023년 20대 이하 당뇨병 환자는 5년 전보다 33.1% 급증했다.
관련 매출이 늘어나면서 식품·유통업계도 저속노화 제품 개발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GS25는 잡곡을 핵심 전략 상품 중 하나로 선정하고, 쌀의 겉껍질을 50% 정도만 벗겨 도정한 ‘오분도미’ 제품을 편의점 최초로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를 국내에 알린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의 레시피를 활용한 햇반 렌틸콩현미밥+, 햇반 파로통곡물밥+를 지난해 11월 출시해 출시 두달만에 누적 매출 12억원을 돌파했다. 세븐일레븐도 정 교수와 함께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단백질과 잡곡을 늘린 닭가슴살 스테이크 도시락 등 ‘저속노화 간편식’ 5종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