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예방과 안전관리에 효과적인 폐쇄회로(CC)TV 설치입법을 두고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개인 기본권을 침해하는 과잉입법이라는 의견이 혼재합니다. 22대 국회에 들어 주요 CCTV 관련 법안을 살펴보고 안전과 인권 사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기로 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공공기관 CCTV 설치대수는 176만 7894대로 나타났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100만 대 이상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설치 대수를 파악하기도 힘든 민간에서 설치한 CCTV까지 고려하면 일각에서 비판하는 ‘CCTV공화국’, ‘감시사회’라는 지적이 나올만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22대 국회에서는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CCTV 설치법안을 추려봤습니다.
배현진,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국토위)

2024년 6월 14일 발의됐습니다. 어린이 공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으로, 배현진 의원은 같은 법안을 21대 국회에서도 발의했는데 임기만료로 폐기돼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 것입니다.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전국 어린이공원 8756개소 가운데 83.3%인 7294개소에 CCTV가 설치돼있습니다. 설치대수는 1만 8157대로 배 의원 법안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 공원에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배 의원 발의 안에 따라 어린이공원에 CCTV를 2대씩 설치하는 경우 2029년까지 추가 소요는 5698대로 향후 5년간 283억 원, 연평균 56억 6000만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추계했습니다. 국회의원 입법 정보분석 사이트 ‘잠자는 국회’에 따르면 어린이공원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할 경우 한정된 재원 문제 탓에 다른 도시공원, 특히 범죄위험이 높은 지역에 CCTV 설치가 지연될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어린이공원의 설치 의무화보다 지역 사정을 고려해 범죄 및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곳에 재량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임오경, 도로교통법 개정안(행안위)

2024년 7월 3일 발의됐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도로 중 행안부령으로 정하는 곳에 CCTV를 설치해 어린이를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해당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데 활용하자는 취지로 발의됐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임 의원 법안에 따른 추가 재정소요를 향후 5년간 총 221억 500만 원(연평균 44억 2100만 원)으로 추계했습니다.
경찰청은 범죄의 예방 및 수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관련 법률에 따라 CCTV를 현재 설치 운영할 수 있어 어린이 보호구역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은 필요없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현재 행정안전부는 ‘아동복지법’ 및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어린이 보호구역 CCTV 설치사업’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김민전,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교육위)

올해 2월 18일 발의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초·중등학교 내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되 설치 장소·수량 등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위 <표>와 같이 ‘초․중등교육법’,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등 현행법으로도 학교시설 및 학교 주변 아동보호구역 등의 장소에 CCTV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서는 CCTV 설치 등 학생의 안전대책 수립 시 학생·학부모 및 교직원의 의견을 듣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김 의원의 발의 법안에 차별화된 특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서지영, 조정훈_초·중등교육법 개정안(교육위)
김민전 의원 발의안과 같은 학교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서지영 의원은 2025년 2월 28일, 조정훈 의원은 3월 8일에 각각 발의했습니다. 2025년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살해사건 이후 학교 CCTV 설치 법안이 다수 발의되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대전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CCTV 4대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고, 다른 유·초·중·고등학교에도 2347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입니다.
①서지영(안)
서지영 의원 개정안은 "학교를 설립·경영하는 자는 안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교시설에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설치·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②조정훈(안)
이 법안은 학교의 장은 학생의 안전을 위하여 "출입문, 복도, 계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교 건물 내외 필수 감시지역 및 장소 등의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에 관한 사항"에 대한 안전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윤재옥, 노인복지법 개정안(복지위)

2025년 2월 21일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은 노인여가복지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관리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노인교실에 CCTV설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입니다.
최근 CCTV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상황은 대전 초등생 살해사건 탓이 큽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가 범행을 벌인 시청각실과 해당 층 복도에 CCTV가 없었다는 사실에 CCTV설치 필요성이 커지자 의원입법이 이어진 상황입니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이나 공원 등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CCTV설치 의무화법이 공감대를 얻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결국 국회 논의를 거쳐 기준과 조건에 대한 숙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유행을 타듯 법안 발의가 잇따르는 것은 법안 실적 채우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CCTV 설치 기준과 조건에 대한 깊은 고민에서 여야가 진지하게 법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