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김건희 여사의 통일교 측 고가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수수한 혐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전씨를 “김 여사를 대신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준 통일교와 상생 관계를 형성한 사람”으로 지칭했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8일 전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월과 7월 윤영호(48·구속기소)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지원 청탁을 받고 영국 명품 그라프(Graff) 목걸이, 샤넬(Chanel) 가방 2개 등 총 8293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이 시기 통일교의 재계 명칭인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하며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 공소장에 전씨를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와 관계를 유지한 인물이라고 적시했다. 김 여사와 전씨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통일교 도움이 매우 컸으므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생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졌다고도 썼다. 이에 따라 전씨가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와 접촉해 상부상조 관계를 유지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전씨가 2022년 7월부터 2025년 1월까지 A기업의 세무조사, 형사고발 무마 등 명목으로 약 4500만원을 수수하고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B기업의 청탁을 받고 약 1억 6000만원을 수수한 알선수재 혐의도 적용했다. 전씨가 기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시기인 2022년 8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은 전씨가 국세청 고위 공무원에게 기업 세무조사 무마를 부탁한 사실을 파악한 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전씨는 지난 2022년 5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봉화군을 지역구로 하는 박창욱 국민의힘 경북도의원의 후보 공천 관련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박 의원은 이후 공천을 받아 당선돼 현재 도의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 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소환조사를 받았다.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추천한 국민의힘 소속 후보자는 최소 5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에게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전씨를 지난 1월 불구속기소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전씨는 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김 여사가 “대선을 도와줘 고맙다. 총재님께 인사드리겠다”고 한 통화내용을 통일교 측 인사에게 전하면서 “향후 통일교에 은혜를 갚겠다. 통일교는 내가 책임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이날 기소된 혐의 외에도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집단 당원 가입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2일 전씨를 구속한 뒤 총 6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 전씨가 전면 부인하던 진술 태도를 일부 시인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특검팀은 오는 11일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9일엔 서희건설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매관매직 의혹 관련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참고인으로 부른다. 이날 통일교의 대선 자금 지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다.